연예인 확진자 급증, 프로그램 동시다발 결방 우려…‘본방 사수’ 고령층마저 OTT로 눈 돌릴 수도
현재까지는 단체 활동을 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아무래도 집단감염에 취약한 모습이다. 가장 먼저 가요계를 강타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섰고 5만 명, 10만 명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때문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을 기록했던 해외 사례를 보면 방역 자체의 어려움만큼이나 큰 부작용이 뒤따랐다. 바로 의료 체계 붕괴와 인력난이다. 인력난은 의료계로 시작돼 학교 등 교육계와 산업계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자가격리 기간을 5일 정도까지 짧게 줄인 국가들도 많다.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 유지 기간이 기존 변이보다 짧아진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가격리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기능 마비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의료, 돌봄, 국방, 치안, 소방, 항공, 전력, 교육 등 사회 필수기능을 유지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국에선 의료진 감염이 늘자 군인을 투입했으며, 미국에서는 교사 감염 급증으로 대체교사를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점차 산업계로 확산됐다. 미국의 일부 항공사는 직원 확진이 급증해 항공 운항을 일부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하루 10만 명의 신규 확진자 발생 시 지금처럼 자가격리 기간을 7일로 한다면 1일 평균 70만 명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여기에 백신 미접종 등의 이유로 자가격리를 하는 밀접접촉자까지 더하면 100만 명을 훌쩍 넘기게 된다. 만약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에 다가갈 경우 하루 평균 자가격리 인원은 200만 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은 연예계 역시 피해갈 수 없다. 특히 방송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방송 프로그램 제작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녹화가 중단되면 예정된 편성에 맞춰 본방송을 내보내지 못해 대체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거나 기존 방송분을 재편집한 스페셜이 방송될 수도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서 실제 이런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에선 한두 프로그램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방송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채널 등 방송사들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급격히 몸집을 키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들에게 주도권 자체를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방송 시청 형태는 크게 변화했다. 본방 시청률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방송국이 정한 편성에 따라 시청하지 않아도 OTT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방 시청률이 의미를 갖는 까닭은 기존의 시청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때문이다.
여전히 KBS 1TV 일일드라마를 보고 연이어 ‘KBS 9시 뉴스’를 시청하는 고정 시청자들이 많다. 이런 까닭에 지상파 평일 시청률 순위 1~3위는 늘 KBS 1TV와 2TV 일일드라마와 ‘KBS 9시 뉴스’가 독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소 20%를 유지하던 흐름이 이제는 10%대로 낮아졌는데 OTT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TV조선의 영향이 크다.
종편 평일 시청률 순위를 보면 ‘TV조선 뉴스9’가 1·2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1위 자리를 다투는 프로그램은 TV조선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TV조선이 주도한 트롯 열풍으로 인해 ‘TV조선 뉴스9’ 전후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출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연이어 보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시청 습관이 형성된 것이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본방이 결방되는 사례가 많아지면 본방을 습관적으로 시청하던 시청자들이 OTT 등 다른 형태의 방송 서비스로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방송국이 정해 놓은 편성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보다는 OTT 서비스가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와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큰 인기를 끌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이 감지되기 시작해 올 연초에는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MBC ‘트레이서’ 등이 그 흐름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결방이 이어질 경우 지상파 드라마는 다시 한 번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사전제작이 이뤄져 출연진이나 스태프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도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일일드라마나 주말연속극은 여전히 사전제작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결방 위험에 노출돼 있다.
드라마에 비해 그나마 OTT의 위협에서 자유로웠던 예능 프로그램도 위기감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OTT가 자체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화제를 낳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은 사전제작이 불가능한 영역이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결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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