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제네릭 계약에 오미크론 대응 물질 CT-P63 임상 시동…시장은 아직 ‘싸늘’
#‘렉키로나만 믿었는데…’
셀트리온은 그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셀트리온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는 2021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 이어 11월에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정식 허가를 받았고, 현재 수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0년 1월 2일 18만 1000원에서 시작해 2020년 12월 한때 38만 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1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15만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집중하느라 기존 사업을 소홀히 했고, 이는 곧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셀트리온의 대표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의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매출은 2020년 1~3분기 1조 3504억 원에서 2021년 1~3분기 1조 2897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5474억 원에서 5348억 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셀트리온은) 2021년 3분기 연속 2020년 대비 저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향 트룩시마의 성장률 둔화, 렉키로나 판매부진, 신제품 판매 지연 등이다”며 “과거 3~4분기에 많이 발생하던 테바(이스라엘 최대 제약사)향 CMO(위탁생산) 매출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셀트리온 주가 전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렉키로나가 EC의 허가를 받으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렉키로나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셀트리온의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네이처’의 자매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은 지난 1월 렉키로나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효과를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 메디슨’의 발표는 렉키로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치료제 긴급 사용승인을 취소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FDA와 렉키로나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분위기라면 허가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렉키로나 외에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의혹도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매입한 셀트리온 제품의 재고자산 손실을 과소계상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 1월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셀트리온의 주가도 급락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금감원) 측은 “감리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조치 여부 및 조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러 악재로 인해 셀트리온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연합인 ‘셀트리온 주주연대’는 2021년 말 셀트리온 본사 앞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은 셀트리온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관련기사 ‘경영진 교체 경고장’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반란 어디까지 가나).
#상황 반전은 가능할까
셀트리온 내부적으로 상황 반전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해 개발해 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CT-P63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동물효능시험도 추가로 진행해 올해 1분기 안에 결과를 확보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제네릭의약품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도 맺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20일 “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의 제네릭의약품을 한미약품, 셀트리온, 동방에프티엘 등 3개 기업이 생산해 105개 중저소득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셀트리온의 주가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해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렉키로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외면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이로 인한 손실을 몰누피라비르로 상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CT-P63도 이제 겨우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몰누피라비르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위험요소가 없지 않다. 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몰누피라비르의 일부 성분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2021년 12월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안전성, 특히 효과성 부분에 관한 자료에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며 “현재는 그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 렉키로나와 CT-P63을 결합한 흡입형 칵테일 항체 치료제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며 “CT-P63이 오미크론 변이에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개발 완료 시 편의성과 경제성 변이 대응력을 모두 갖춘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적과 주가 전망 관련해서는 “계약에 따른 실적, 주주 관련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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