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 난 털은 약 150만~200만 개. 머리카락이 약 10만 개며, 나머지 140만 개 정도는 체모다. 이 중 3분의 1이 피부 표면으로 나온 털이며 나머지는 피부 속에 있다.
기본적으로 털은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직접 피부에 열이 닿지 않도록 하는 단열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겨울에 춥다고 느끼고, 여름에는 더 뜨겁다고 느낀다. 또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머리카락이나 체모가 덜 빠지기도 한다.
또 털은 자외선이나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머리카락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뇌를 보호하고, 겨드랑이 털은 몸통과 팔이 닿는 마찰 부분의 피부를 보호한다. 코털은 먼지의 침입을 막고 바깥의 오염된 공기를 걸러주는 필터 기능을 하고, 속눈썹은 땀이나 벌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털은 피지 등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도 한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음식물 섭취 등을 통해 들어오는 수은과 비소 등 중금속은 털을 통해 배출된다. 머리카락을 통해 마약 복용 여부를 검사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니까 평소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이나 체모 등에는 우리 몸에 있던 독소가 빠져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음모 제모는 괜찮을까? 비키니를 입었을 때 털이 나오지 않도록 주변 털을 제거하는 ‘비키니 왁싱’과 성기 주변의 털을 모두 없애는 ‘브라질리언 왁싱’. 영미권에서 연예인을 중심으로 시작돼 일반인까지 급속도로 퍼졌다.
그런데 일본의 산부인과 의사 이케시타 이쿠코 씨는 “음모 제모가 성감염 질환 방지에 좋지 않다”고 주장한다. 음모는 세균의 질내 침입을 막아 성병 등을 예방한다. 따라서 임신이나 출산을 염두에 뒀을 경우 가급적 제모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또 음모 제모는 속설과는 달리 성적 쾌감을 느끼는 데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모는 모근 아래 부분에 작은 근육이 있어 성적 자극을 받을 때 대뇌에 이를 전달하는 등 성감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