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분 매입…과거 산정 기업가치로 인한 재무 부담 상당해
2016년 기업공개(IPO·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기준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 가치를 4조 8086억 원으로 평가했다. 기업가치를 5조 2724억 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지난 1월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가격은 2조 7655억 원이다. 지분 100%의 가치는 5조 5310억 원이 된다. 가치 산정에는 모두 현금흐름할인방식이 사용됐는데, 만 6년간 기업가치는 5%, 2586억 원 높아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 기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야말로 괄목상대 수준의 변화를 겪는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산 6541억 원, 자기자본 2905억 원, 매출액 239억 원, 세전손익은 1666억 원 적자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자산 2조 7839억 원, 자기자본 9559억 원, 매출액 8470억 원 세전손익은 1746억 원 흑자다.
삼성과 바이오젠은 22억 5000만 달러의 주식 매매대금 외에 2027년까지 5000만 달러의 성과연계 인수금액(Earn-out Payment)도 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신약 개발회사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인 바이오젠과의 협업으로 출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에 대한 콜옵션을 가진 바이오젠의 지배력을 인정했던 명분이다. 이 명분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었고 상장 심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그동안 바이오젠이 기여한 부분의 성과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것에 대비한 장치로 보인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그동안 출자한 액수는 8100억 원이다. 바이오젠은 2018년 콜옵션을 행사했고 3년 만에 지분을 삼성에 매각했다. 최소 2조 원, 많게는 2조 5000억 원가량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2015년 당시 산정했던 기업가치가 합리적이라면 삼성의 이번 거래는 괜찮은 조건이 된다. 하지만 이번 거래로 부담할 재무부담은 상당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흐름표상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293억 원에 불과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거래와 함께 3조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기존 주주에게 조달할 3조 원 가운데 1조 2024억 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 대금으로 치르기로 했다.
일단 10억 달러(1조 2000억 원)만 4월에 먼저 지급하고, 이후 2년에 걸쳐 나머지 12억 5000만 달러를 치르는 할부방식이다. 다시 증자를 하지 않는 한 2년 내에 1조 5000억 원 이상을 자체 마련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면서 특별이익이 발생, 5000억 원이 넘는 법인세를 부담하게 됐다. 현재도 이는 이연법인세 부채로 남아있다. 어쨌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거래로 상당한 자금 부담과 함께 바이오신약 개발에서도 ‘홀로’ 서야 할 처지가 됐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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