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이나 인생관 그리고 역사관이 다른 두 부류의 국민들이 서로 나뉘어 팽팽하게 전쟁 상태에 있다. 언론이 내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회에 더욱 그늘이 진다. 선거는 이미지의 싸움이라고 한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해서 승리만 하면 된다고 한다. 국민들이 정책이나 후보의 진정한 고민을 보고 표를 찍는다면 그건 국민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후보들끼리 상대방을 헐뜯는 데만 전념하는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스캔들은 그 본질이 1조 원의 이익을 특정한 민간인에게 몰아준 데 있는 게 아닐까. 얼마 전 한 전직 장관을 만났다. 검사 출신인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이 여러 사람 이름으로 자기 돈을 나누어 묻어두지. 척하면 툭인 거지.”
이재명 후보가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다면 감옥행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법이라는 거미줄에는 약한 벌레만 걸려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어떨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예산을 청와대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걸 뇌물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원장을 회계공무원이라고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범죄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남의 악한 면을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한 면을 볼 능력이 키워져야 사회가 발전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다시 본다. 내가 어린 시절 거리에는 깡통을 든 거지들이 득실거렸다. 굶어 죽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의 원조자금이 없으면 1년 예산을 짜지 못하는 나라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라고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다.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중화학 공업을 일으켜 1980~1990년대 20년간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했다.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고 벤처붐을 일으켜 2000~2010년대 20년간 국민들이 먹고 살 기반을 마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자리를 얻고 더러운 꼴 안보면서 식구끼리 알콩달콩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임대아파트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가난한 시인으로부터 직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가를 들었다. 자기 같은 사람에게 잠자리와 밥을 주고 목욕 도우미까지 보내주는 노무현 식 복지에 진정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전 시설을 수출하기 위해서 체면을 구겨가면서 외국 국가원수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사정했다. 사업가로 돈을 벌어본 기업가의 정신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도 결국은 제품을 팔 시장개척이 배경에 있었다.
우리는 무역을 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다. 해외에서 주문이 있어야 공장이 가동된다. 쌀 한 톨 때문에 저울이 기울어진다는 말이 있다. 떠들지 않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판단하는 유권자층이 있다. 그런 중도의 유권자층이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광고 같은 선전에 현혹되지 않고 대통령의 미래비전과 전문성을 따진 후 투표한다.
그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앞으로 20년간 우리 국민들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어떤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과학기술이 패권인 시대에서 대통령 후보가 전문적인 지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알고 싶어 한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가 물건을 내다 파는 삶이 걸린 중요한 시장이다. 이념이 다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떤 외교를 할까를 살핀다. 대통령 후보의 식견을 알아볼 선의의 토론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나라를 이끌어 갈 나침반이다. 좋은 나라를 만들 방안을 경쟁하는 살아있는 토론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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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