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국민주 매각은 국민을 위한 것일까? 근본적으로 국민주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두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민주 공급의 혜택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증권시장의 자본논리에 따라 특정계층에 집중된다. 이는 아파트개발 사업을 하면 살던 집을 팔고 나가는 원주민이 아니라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부유한 계층이 이익을 차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할 경우 경영권은 당연히 주주들에게 가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의 부재로 인해 정부가 대신 주인 노릇을 하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 국민이 억울하게 민영화 혜택을 빼앗기는 것이다. 1988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된 포스코의 사례가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포스코는 당시 전체 지분의 34.1%를 국민주 형태로 매각했다. 주당 판매가격은 공모가에 비해 63.5%나 할인한 1만 5000원이었다. 민영화 3년 후 문제가 생겼다. 전반적인 증권시장의 하락세에 따라 포스코 주가가 상장가격보다 59%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황한 국민주 보유자들은 추가하락을 우려하여 경쟁적으로 내다 팔았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 주가는 주당 47만 원을 상회한다. 당시 국민주 보급가격의 30배가 넘는다. 그동안 국민주 혜택은 결국 포스코 지분의 절반 이상을 사들인 외국자본 등에 넘어갔다.
이렇게 볼 때 정치권이 제기한 국민주 민영화 방안은 사실상 국민을 울리는 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 더욱이 공적자금 투입이 없이 세계 최고의 명성과 경영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인천공항까지 국민주 형식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정부보유 기업주식을 무차별적인 정치선심용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국민의 공평한 재산증식 효과를 거두기 위해 국민주의 장기보유를 의무화해야 한다. 동시에 철저한 시장감시를 통해 불공정 거래나 투기를 막아야 한다. 공모시기도 분산하여 가격하락과 경영공백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편 매각지분의 일부를 금융회사, 기관투자자, 우리사주조합 등에 매각하여 공익적인 대주주그룹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들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국민과 함께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공영은 악이고 민영은 선이라는 흑백논리를 지양하고 인천공항 같은 공기업은 오히려 국제적인 모범기업으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