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백양산 전경. | ||
백양산 골프장 건립을 둘러싼 파문의 첫 단추는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주)호텔롯데가 부산시에 도시계획시설결정 신청을 했다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추진이 유보된 바 있다.
롯데는 부산 영도다리 바로 옆에 있는 구 시청 자리(남포동 소재)에 1백9층짜리 호텔 공사와 인근에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백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해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대규모 단지 조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해마다 간헐적으로 롯데의 골프장 재추진 소문이 흘러나오다가 지난 2002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전국이 대선정국에 휩싸이면서 백양산 골프장 건립 계획은 수면 밑으로 내려간 듯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선 롯데의 골프장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롯데가 확보한 백양산 일대 부지는 약 30만 평으로 알려진다.
반대투쟁에 앞장서 온 민주노동당 부산진구 이성우 상임위원장은 “백양산 일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골프장 건립에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민노당 부산시 지구당)와 함께 등산로에 ‘골프장 건설 반대’라 적힌 리본을 붙이는 등 지속적인 투쟁을 펼쳐왔다”고 밝힌다.
올 초 부산시가 도심 여러 군데에 골프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부터 골프장 반대운동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골프장 후보지에 백양산이 다시 포함된 점이 롯데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감에 불을 질렀다는 평이다.
▲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을 벌이는 주민과 민주노동당 당원들. 사진제공=민주노동당 | ||
사태가 커지자 부산시는 지난 3월7일 부산시 여러 곳에 골프장을 건설하려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를 공표하며 허 시장은 “골프장 추가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코 일방적인 건설 추진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롯데측은 사업주체를 (주)호텔롯데에서 롯데건설(주)로 바꾸고 더욱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며 골프장 건립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장 건설 경험이 있는 롯데건설이 총대를 메게 해서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그룹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에 내려가 골프장 추진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골프장 추진이 지역 살림과 고용효과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대여론에 호소할 수 있는 복지시설 건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민들과 롯데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며 사업의 당위성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지만 롯데가 부산지역에 가진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침체된 부산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현재 백양산 일대 아파트입주자대표자 회의 20여 개가 백양산을 지키기 위한 비상대표자회의를 구성해 민주노동당 조직과 연대해서 반대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부산시당에서도 공식적으로 롯데의 골프장 건립에 반대의사를 천명하고 나선 상황이다. 벌써 6년째 이어지는 롯데와 부산 지역민들과의 지리한 마찰음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부산시내에 30만 평 가까운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롯데의 자금동원력이나 부동산 투자 범위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가 확보한 부지의 정확한 규모나 지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