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백 끝에 다시 무대 오른다지만…변화한 K팝 신 속 존재감 빛날지가 관건
7일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이 올봄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곡 녹음 작업은 모두 마쳤으며 현재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빅뱅의 컴백은 2018년 3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꽃 길'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완전체' 빅뱅에는 대마초 파문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았던 탑도 함께 한다. 탑은 자숙 중이던 지난 2020년 2월 경 취중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며 "한국에서는 컴백 안 할 거다. 컴백 자체를 안 하고 싶다. 너무 못됐다, 사람들이"라며 한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중들은 본인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억울함만 호소하고 있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국내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탑은 빅뱅의 컴백과 더불어 YG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해지됐음을 알렸다. 지난 2020년 3월 빅뱅의 전 멤버들이 세 번째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 재계약에서는 탑이 제외된 셈이다. 다만 계약 해지와는 별개로 빅뱅으로서의 활동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 그룹의 컴백인만큼 그들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내외 팬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의 백안시를 넘어야 하는 것이 1차 관문이다. 맏형인 탑의 대마초 흡연과 더불어 막내 대성은 군 복무 중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에서 불법 유흥업소가 운영되는 것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맞닥뜨린 바 있다. 지디 역시 2011년 대마초 흡연과 2018년 불성실한 군 복무 태도로 수차례 특혜 의혹에 휘말리는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별 다른 논란이 없는 멤버는 태양 뿐이었기 때문에 한참 빅뱅 멤버들의 사건사고가 이어질 때 대중들로부터 "태양 빼고 다 터져서 빅뱅"이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이미 그룹을 탈퇴한 '흑역사'이긴 하지만, 2018~2019년 뉴스 사회면과 연예면 헤드라인을 모두 장식했던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인물 승리의 그림자도 배제할 수 없다. 성매매, 성접대, 마약 유통, 검경유착, 폭행, 탈세, 원정도박 등 강력 범죄의 종합선물세트였던 이 이슈는 승리가 몸 담았던 빅뱅 및 YG엔터테인먼트와 완전히 별개의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과 연계된 부분이 있어 단순히 소속 가수 한 명의 일탈로 취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문제의 멤버가 그룹을 탈퇴하고 영영 연예계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룹 전체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벗어내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이 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들의 컴백이 이처럼 도매금으로 넘겨지진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낙 크고 작은 이슈들을 몰고 다녔던 만큼, 이전보다 훨씬 연예인들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엄격해진 2022년 현재 이들에게 쏟아지는 백안시를 온전히 피하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음악으로 정면 돌파를 하는 게 해결책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문제는 빅뱅에 대한 기대치가 이전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2007년 '거짓말' '마지막 인사', 2008년 '하루하루' '붉은 노을' 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한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 잡았던 빅뱅은 2012년 'FANTASTIC BABY'(판타스틱 베이비), 2015년 '뱅뱅뱅' '쩔어', 2016년 '에라 모르겠다' 등 독자적인 음악 노선을 택하며 아티스트로서도 입지를 다졌다. 그룹 외 솔로와 유닛 활동으로도 다른 가수들과 대비되는 뚜렷한 색깔을 보여줬던 이들은 컴백마다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휩쓸며 명실상부 '탑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2018년 3월 '꽃길' 이후 빅뱅의 공백기 4년 동안 K팝 신에는 4세대 아이돌이 등장해 판도를 뒤집어 놨다. 특히 남성그룹은 꾸준한 해외 인기를 바탕으로 적수 없는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이 정점을 잡고 있으며, 역시 해외 팬덤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TXT(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등 3.5~4세대로 분류되는 그룹들이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진 그룹과 그들의 음악을 누릴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논란 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구시대 그룹 빅뱅에게 굳이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를 넘겨줘야 할 메리트가 대중들에게는 없는 셈이다.
다만 이처럼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컴백을 강행한 빅뱅이 절치부심 끝에 과연 어떤 음악을 보여줄 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GD와 태양이 보여준 음악적 성장과 더불어 아직까지 이들이 국내외 K팝 신에서 유지하고 있는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대중적 호불호와는 별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슈몰이 만큼은 확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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