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언론사 사찰을 했다는 사실은 소문으로 그리고 일부 문건으로만 알려져 왔다. 지난해 9월 최승호 전 MBC PD는 국정원에 본인과 관련된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이 내용 중 일부가 공개되었다.
이후 다수의 언론인 피해자들이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제작진은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국정원 문건을 확보해 언론장악의 실체를 검증하게 되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PD수첩' 작가의 대학생 당시 학생운동 경력을 근거로 대공 차원의 내사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을 이적행위나 간첩으로 몰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공포감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손석희, 김미화, 김제동 등 앵커와 출연진의 퇴출은 물론 '무한도전'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출연자와 방송 내용에 대한 광범위한 간섭도 드러났다.
이번에 확인된 국정원의 언론장악 문건에는 방송 통신심의위, 한국방송광고공사, 언론재단, 감사원 등 다수의 국가기관들이 동원된 정황들이 드러났다. 국정원을 통한 온라인 활동 감시와 대응에 대한 흔적도 발견되었다.
특히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에는 청와대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 등에게 국정원이 꾸준히 활동 상황을 문서로 배포한 점도 드러났다. 일부 문건에서는 '청와대 요청사항'이라는 문구가 문건 상단에 명확하게 적시되었는데 이는 언론장악의 몸통으로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보도를 둘러싼 국정원의 보도 개입도 드러났는데 이는 언론장악의 피해가 언론인뿐만 아니라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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