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좌절을 겪은 이는 여자 500m에 나선 최민정이었다. 최민정은 한국이 약세를 보여온 500m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대 메달 획득 기대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민정의 꿈은 준준결승부터 무너졌다. 이번대회 석연치 않은 빙질로 문제가 된 장면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최민정은 준준결승에서 무난히 레이스를 펼치던 도중 넘어지며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남자 1000m에 나선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 등도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들은 나란히 준준결승을 뚫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선언한 박장혁과 달리 황대헌과 이준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에 울어야 했다.
황대헌은 4바퀴를 남긴 시점, 유려한 스케이팅을 선보이며 선두로 치고나갔다. 그대로 순위를 지키며 조 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중국의 렌 지웨이, 리 웬롱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경기가 종료된 직후 심판 판정을 통해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으며 탈락했다. 추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는 판정이었다. 작은 접촉이었기에 중계에 나선 전직 쇼트트랙 선수출신 해설위원들도 모두 분개했다. "바람에 스쳐도 실격이 나올 수 있다"는 말로 경계했던 대표팀 맏형 곽윤기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또 다른 기대주 이준석도 판정에 울었다. 2위로 골인하며 결승 티켓을 손에 넣는 듯 했으나 판정 결과 페널티를 받게 됐다.
황대헌과 이준석이 모두 빠진 결승에서도 판정에 의해 메달 색이 결정됐다. 당초 헝가리의 리우 사올린 산도르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심판 판정 결과 순위가 뒤바뀌었다. 산도르에게 두번의 페널티가 주어지며 옐로카드가 내려졌고 결국 중국의 렌 지웨이, 리 웬롱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례로 차지했다. 동메달은 산도르의 형제 리우 샤오앙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아쉬워할 틈이 없는 쇼트트랙 대표팀이다. 쇼트트랙 종목에는 아직 6회의 메달 결정전이 남아있다. 8일 휴식일을 가진 쇼트트랙은 9일부터 남자 1500m 결승을 시작으로 경기 일정을 재개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