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 증설 경쟁 속 SDI만 재무관리 치중…SDI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으로 내실 다지는 중”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각 사당 수주 잔고가 수십조 원에 이를 정도로 활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배터리 업체는 당장의 이익보다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엔솔이 소액주주 침해 논란에도 상장을 강행하고, SK가 배터리 부문을 SK온으로 물적분할한 것은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금 마련 때문이다. LG엔솔은 최근 상장을 통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삼성SDI의 최근 움직임은 이들과 구분된다. 삼성SDI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2022~2024년 주주환원정책을 약속하며 주당 1000원을 배당하고, 연간 미래현금흐름(FCF)의 5~10%를 추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주 친화정책을 발표했지만 투자자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삼성SDI에 필요한 것은 이익 규모나 배당보다는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증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는 공격적으로 증설
LG엔솔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증설을 추진한다. 오창공장에 6450억 원을 들여 전기차용 2차전지 라인을 대폭 늘리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 개척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LG엔솔은 2019년 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다.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35GWh 이상), 테네시주에 제2공장(35GWh 이상)을 건설 중이다. 양산 시점은 제1공장은 2022년, 제2공장은 2023년이다.
얼티엄셀즈 제3공장과 제4공장도 설립될 예정이다. LG엔솔은 지난 1월 26일 GM과 총 26억 달러(약 3조 1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3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공장 생산 규모는 50GWh에 달한다. 또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2월 1일(현지시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 4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위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은 GM 외에도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고, 미시간주 홀랜드에 있는 단독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다.
SK온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온은 2월 안으로 3조~4조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SK온은 자금 조달 이유에 대해 “해외 배터리 공장 증설”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이미 2021년에 포드와 13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SK온과 포드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합작사 설립과 증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LG엔솔과 SK온에 비하면 삼성SDI는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21년 내내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합작법인의 생산 규모가 23GWh 수준으로 알려진 가운데, LG엔솔은 스텔란티스와 40GWh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투자에 미적거리는 사이 스텔란티스가 LG엔솔과 먼저 손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스텔란티스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은 2025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발효 이전에 미국 내 양산을 목표로 본계약 체결을 준비할 것”이라며 “그 외에 다른 고객들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만 밝혔다.
#ESS 1위도 빼앗기는 것 아니냐 우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라는 시각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결실을 볼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전해진다. 망간, 흑연, 코발트 등 원재료 공급망을 중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2014년부터 오랜 기간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량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ESS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LFP는 생산 비용이 낮고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최근 기술 개발로 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LFP ESS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2021년에는 중국 ESS 1위 업체 나라다에너지가 LFP를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ESS 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늘어난 셈이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SDI 한 직원은 “배터리 시장에서 점점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직원들이 많다”며 “반면 영업이익 목표치는 너무 높게 내놓아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성과급 등에서 불리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 활동을 하는 동시에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며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 중이고, 매년 1조~2조 원가량을 시설 투자에 쓰고 있다. 금액적으로 보면 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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