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작전>의 한 장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슈퍼개미란 주식시장에서 적은 금액과 제한된 정보만으로 정보와 자금력이 막강한 외국인, 기관투자자와 겨뤄 놀라운 수익을 거둔 이들을 말한다. 일단 슈퍼개미로 알려지면 주식세계에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큰 인기와 신망을 얻게 된다. 하지만 최근 개미투자자가 언론 등을 통해 큰 이슈가 됐던 슈퍼개미의 매매기법을 따라하거나 슈퍼개미가 운영하는 카페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피해 사례가 인터넷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으로 100억대 자산가가 됐다던 슈퍼개미 A 씨(30)가 지난 5월 모 케이블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구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현재 H 유사증권정보업체 대표이자 ‘증권천황’으로도 유명한 그는 19세 때 300만 원이라는 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슈퍼개미로 성장했고, 23세 나이로 대한민국 최연소 애널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설로 통할 정도로 유명인이었다.
그는 벤츠 S600, BMW 750, BMW Z4, 제네시스 등 4대의 차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 광진구의 20억대에 달하는 70평대 주상복합아파트에 혼자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100억대의 회사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A 씨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젊은 재력가인 셈이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A 씨의 공개구혼보다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실체였다. ‘P’ 주식전문 온라인 사이트에는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손실을 봤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들이 하나같이 주장하는 것은 방송과 언론에 공개된 그의 엄청난 성공스토리와 재력을 믿고 카페에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이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속아서 카페에 가입했고, 그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A 씨 카페 가입했다가 지금 엄청 손해보고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그가 보내 온 메일에는 카페 가입 시기부터 카페에서 회원에게 보낸 주식매매 정보까지 상세한 기록들이 남아 있었다. B 씨(30)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다 상세한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5월 말경에 A 씨의 카페에 가입한 B 씨는 방송을 통해 A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다음은 B 씨의 얘기. 당시 혼자서 주식투자를 하던 B 씨는 개인투자 방식으로는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A 씨를 보게 됐다. B 씨는 “어린 나이에 주식투자 실패 경험도 있고, 또 그것을 딛고 주식 투자에 성공해 개미투자자들을 도와준다는 A 씨의 말에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B 씨는 A 씨가 운영하는 3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로 100억 만들기’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에 가입한 뒤 B 씨의 눈엔 별천지가 펼쳐졌다. 카페에 공개된 무료추천종목의 화려한 수익률을 보고 B 씨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또 B 씨는 ‘VIP회원은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에 40만 원을 내고 VIP회원으로 가입했다. VIP회원은 문자로 매수·매도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고 메일로는 시장상황·대응전략·매도시기 설정 등 전략사항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수익을 기대했던 B 씨의 단 꿈은 거기까지였다. A 씨 카페를 통해 한 달에 5000만 원을 투자했던 B 씨는 추천받은 종목 10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B 씨는 당시 기자를 만나는 순간에도 440만 원 손실 중이라며 한숨을 내쉰 뒤 “짧은 기간에 이렇게 손실 보는 건 처음이다. 혼자 투자했을 때도 이렇게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했고, 손실이 나도 한 달만 참아보자, 손해 나봐야 몇 십만 원이겠지 했는데 처음에 제시하던 손절가는 수차례 수정해가면서 홀딩전략을 제시하더니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이럴 거면서 손절가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카페에서는 손절가 설정도 해줬는데 “매도 지시가 없으면 무조건 보유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손실이 나면 “손절가를 수정했다”는 말뿐 피해액은 커져만 갔다고 한다.
B 씨는 한 달 동안 매수 문자는 총 9번 매도 문자는 두 번 받았다. 그마저도 손절한 상태에서의 매도였다. B 씨는 “나머지 보유 종목도 손해는 계속 나고 있는데 지금도 보유한 상태다. 수익은 안 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게 매도 시기를 알려줘야 하는데 사라고만 할 뿐 파는 시점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손해를 보고 판다. 카페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B 씨는 너무 화가 나서 상담원한테 전화해 “지금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손실이 큰데 어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40만 원을 또 추가입금하고 정보를 계속 듣겠냐. 신규매수 종목은 안줘도 되니까 보유 종목에 대해서만이라도 관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원칙이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 40만 원을 더 내고 관리를 받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난 B 씨는 VIP서비스를 일시 중지하고 추후에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방송에 나온 모습만 보고 덜컥 카페에 가입한 것을 후회하던 B 씨는 자신이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카페에 가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렇다고 B 씨가 A 씨 카페에 가입 한 뒤 모든 종목에서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수익을 거둔 종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아이리버’였다. 문제는 VIP회원에게만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던 이 종목이 알고 보니 무료추천종목으로 카페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물량을 일반회원들도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공개해 해당 종목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린 뒤 VIP회원들에겐 매도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B 씨가 ‘아이리버’ 종목을 판 뒤 주가는 다시 원래 가격에서 10% 떨어졌고 결국 매도 지시를 받지 못한 일반 카페 회원들은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실제로 이 카페는 VIP 소개란을 통해 자신들의 카페를 통해 무료추천종목이 공개되면 해당 종목의 주가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매도 지시가 늦을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VIP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카페 VIP회원들이 올린 ‘VIP연장계약’ 글에도 의문을 제시했다. B 씨는 “연장계약을 한다며 글을 썼던 사람들의 이전 게시물을 찾아 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 카페에서 한 달 이상 활동한 뒤 연장계약을 한다는 사람들이 게시글 하나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성자명을 바꾸면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아이디로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연장계약자로 위장해 수많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A 씨의 허위광고에 속아 카페에 가입해 손실을 봤다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바로 A 씨의 재산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A 씨는 주식으로 100억대 자산가가 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없고,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 씨 소유로 알려진 회사 건물이 그의 소유가 아니라는 증거로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캡처해 올려놓은 글까지 등장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실제로 현재 A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건물이 A 씨의 소유라면 재산세 납부 등 세금 신고된 내역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결과 A 씨의 집이나 건물은 A 씨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돼 있었다.
이와 관련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A 씨의 지난 3년간 소득신고액은 1억 5000만 원이 안 된다. 만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명으로 관리가 되고 있거나 양도가 됐다면 이는 탈세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고가의 아파트와 건물을 소유하고 유사증권정보제공업체 대표이자 수십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카페 관리자의 연간 소득신고액이 5000만 원이 안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슈퍼개미들은 금감원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슈퍼개미는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본인 외에 차명계좌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기자는 직접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A 씨는 끝내 거절했다. 특히 재산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진짜 고수는 ‘가치’에 투자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윤강로 KR선물 회장(54)은 2000년대 초 80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선물투자를 통해 1300억 원까지 불리면서 선물투자업계의 전설과 같은 존재로 평가됐다. 서울은행 증권부에서 파생금융 상품을 담당한 경력을 가진 윤 회장은 2004년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KR선물을 인수해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지난 6월 28일 윤 회장은 2008년 KR선물의 해외 무자격 호가중개업체(FDM)와의 거래와 관련해 고소인 최 아무개 씨가 제기한 외환선물거래(FX) 마진 거래 사기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익률 1만 5500% 신화로 유명한 ‘가치투자의 대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1990년대 말 종잣돈 1억 원을 우량주에 투자해 1년 만에 140배 불린 이후 주식 시장에서 전설로 통한다. 현재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1등 가치주 위주의 철학과 함께 소수의 공모펀드 운용방침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지난 8월 8일에 찾아온 블랙먼데이에 대해 “공포의 반대편에 있는 기회를 보고 떨어지는 주가가 아닌 돋보이는 가치에 주목하며 시장을 등지기보다 훌륭한 기업의 주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IT 열풍으로 닷컴 주식이 급등하던 시절,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하던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가치투자 전도사’로 유명하다. 이런 그의 철학은 지난 주 하락 장세에서 빛을 발했다.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8561억 원 규모의 ‘한국밸류 10년 펀드’의 지난 일주일간 수익률이 -9.35%로 그나마 손실을 적게 본 것이다. 증시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주식을 담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우직한 펀드가 대폭락 장세에서 선방한 셈이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