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모은 시장’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위기, 온라인 강화…새 수장 맞아 2022년 실적 반등 박차
#이커머스의 빛과 그림자
지난 2월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2조 89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1% 증가한 규모로,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 기준 사상 최대치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38조 1951억 원으로 71.6%의 비중을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이 2010년 25조 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비약적인 성장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실제 2020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앱마켓 입점업체의 40%가 불공정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자사 상품이 먼저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납품업체에 대해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2020년 10월에는 포털 검색창에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7억 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 오아시스는 마켓컬리가 자신과 거래하는 납품업체들에 거래를 끊도록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이커머스 플랫폼 관련 규제를 속속 내놓았다. 플랫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막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입점업체와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 제·개정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여야 입법 논의가 중단됐고, 소상공인과 플랫폼 기업 간 공방도 과열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온플법’ 차기정부로…플랫폼 ‘내로남불’ 비판 이는 까닭).
#상생을 모토로 삼은 ‘띵굴마켓’
이런 가운데 2020년 9월 문을 연 맛집 플랫폼 띵굴마켓은 지역 식당, 전통시장 등의 소상공인과 함께 상생을 추구한 사업 모델로 이목을 끌었다. 현재 입점업체와 회원수는 각각 2000개, 15만 명에 달한다. 띵굴마켓에 입정한 소상공인들은 제품 판매와 운영 컨설팅, 마케팅, CS, 프로모션 등을 별도 추가 투자비용 없이 지원받는다. 입점 브랜드는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제품을 포장해 납품하면 끝이다.
올해 1월 10일부터 띵굴을 이끌게 된 박진성 신임 대표이사는 “온라인쇼핑 활성화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기존 시장을 뺏는 것이 아니라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쿠팡이츠, 마켓컬리 등과 배송 경쟁을 하거나, 오픈마켓처럼 최저가를 내세우기보다는 브랜드들의 역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편집숍 형태를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띵굴마켓이 커지면 오프라인 맛집과 전통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띵굴마켓은 2020년 9월부터 전국의 유명 맛집과 전통시장의 식재료, 신선식품 등을 새벽 배송하고 있다. 애플하우스, 하동관, 태극당, 노량진수산시장, 마장 축산시장, 망원시장 등 푸드 브랜드만 1000여 곳이 입점해있다. 맛집은 미슐랭, 블루리본, 수요미식회, 맛있는 녀석들 등 전문가 및 미디어가 인정한 곳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박진성 대표는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맛집, 빵집 등의 오프라인 채널을 온라인을 통해 연결해주는 사업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맛집 새벽배송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오래된 맛집이나 전통시장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제공한다. 최근 대구, 부산 맛집을 촬영하면서 영상 콘텐츠로도 소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온라인 기반 농작물 배송 서비스 ‘인스타카트’처럼 띵굴에 들어오면 장보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8월 서울신용보증재단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에 네이버, 쿠팡, 당근마켓, KT, 세스코 등과 함께 띵굴이 선정됐다. 띵굴은 기존에 진행 중이던 ‘시장을 모은 시장’ 카테고리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장을 모아 소개하고, 맛집 및 식재료를 공동구매로 제공하는 형식이다. 띵굴마켓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장기간에 걸쳐 각각의 전통시장 특성에 따른 홍보 및 판매를 지원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진성 대표는 “선정된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서 전통시장의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한 판매 채널 구축부터 매장 위생방역, TV 광고 등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한다”며 “각각의 전통시장에 따른 협업 포인트가 명확해지면서 사업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띵굴마켓은 주력이었던 오프라인 사업 위기로부터 탄생했다. 2015년 시작해 현재 국내 최대 플리마켓인 띵굴시장을 모태로 한다. 전국에서 띵굴시장은 32회까지 진행됐고, 회당 4만~6만 명의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2018년 공간 플랫폼 기업 오티디코퍼레이션은 플리마켓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띵굴을 인수했다. 상설 매장인 ‘띵굴스토어’까지 열면서 오프라인 사업을 더욱 확대했다. 현재도 성수, 신촌, 영등포, 판교 등 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사업의 위기가 찾아왔다. 플리마켓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고,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띵굴스토어는 빛을 보기도 전에 어려움에 봉착했다. 모회사 오티디코퍼레이션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당기순손실은 34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8억 원이었다. 결국 2020년 9월 띵굴마켓을 필두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했다. 이후 손창현 오티디코퍼레이션 대표는 띵굴 수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2021년 상반기 시티케이인베스트먼트와 오티엄캐피탈에 띵굴을 매각했다.
박진성 대표는 “띵굴스토어와 띵굴시장을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프라인 사업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지만, 온라인 자체로 조금 더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띵굴마켓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55억 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을 통해 오산, 평택, 화성, 인천 지역으로까지 새벽배송 가능지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0% 성장했다. 주문수는 2만 2000건에서 8만 건으로 360% 급증했다. 콜드체인을 통해 고객에게 신선하고 빠른 배송을 해주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는 메쉬코리아, 팀프레시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박진성 대표는 “장기적으로도 파트너사의 MFC(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한 지역 및 서비스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도 전년 대비 2배가량 충원해 현재 60명”이라며 “지난해 초 시작한 코스트코 구매대행 서비스 또한 질적·양적 확장을 이루고, 올해 상반기에는 정기구독 서비스 및 추가 서비스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성 대표는 처음으로 대표 자리에 앉은 만큼, 2022년을 극적인 실적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박 대표는 “올해는 회원 수 60만 명, 거래액 200억 원가량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맛집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PB제품 대량 생산 및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영향을 끼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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