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구속 성공했지만 박영수·권순일 입증 쉽지 않아…더 이상 수사 확대는 없을 듯
하지만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곽상도 전 의원의 사례가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과는 조금 다르다는 설명이다.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이 11억 원가량의 금품을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처벌하기는 애매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의 수사 확대 없이, 곽상도 전 의원만 기소한 채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힘을 받고 있다.
#두 달여 만에 다시 입증 성공한 검찰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2021년 12월 1일,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화천대유 직원인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25억여 원(세전 50억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지 65일 만이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기각 결정이 나오자, 검찰은 두 달여 동안 보완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정영학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 의원)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를 통해서”라고 발언한 녹취록 등을 토대로 ‘퇴직금=뇌물 및 청탁 대가’라고 법원에 강조했다. 2016∼2021년 국회의원이었던 곽 전 의원이 2017년 대장동에서 매장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에 질의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도왔다고 강조했다.
곽 전 의원 측은 “검찰은 내가 하나은행에 가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가능성으로 사람을 구속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곽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대상 확대? 검찰 안팎 “가능성 낮아”
검찰이 ‘50억 클럽’의 일원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성공하면서, 법조계와 언론에서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50억 클럽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 중 가장 구체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이기도 하다.
박 전 특검의 경우,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딸이 11억 원가량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박 전 특검의 딸에게 11억 원이 전달된 정황을 확인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특검의 딸이 ‘박 전 특검의 몫’을 대신 받았을 가능성을 주목한다. 곽상도 전 의원처럼 “김만배 씨 등이 아버지 박 전 특검을 보고 자녀에게 금품을 줬다”고 수사를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접근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특검 측의 해명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박 전 특검 측은 “화천대유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회사로부터 3년 만기로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은 돈이다. 이 가운데 5억 원은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상계되고 2억 원가량은 갚았다”고 해명했는데, 검찰 관계자 역시 “박 전 특검 딸 외에 다른 직원들도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수억 원을 빌린 기록이 있다. 11억 원을 뇌물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 박 전 특검의 딸은 관련 차용증도 수사팀에 제출하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한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곽 전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이라는 ‘힘’이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대가성을 폭넓게 볼 수 있지만, 돈이 오간 시점 당시 박영수 전 특검은 공소유지를 하고 있던 국정농단 특검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가성’으로 오간 청탁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수사팀 안팎에서 박영수 전 특검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결국 수사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더 복잡한 권순일 전 대법관도 ‘손 못댈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수사팀이 출구 전략을 세우고,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은 입증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7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를 대가로 대법관 퇴직 후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문료 등을 받았다는 의혹인데, 문제는 입증이 어렵다.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건을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접촉해 ‘금품을 대가로 청탁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을 포함해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이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까지 모두 6명이다. 이들은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가 각각의 이름을 언급하며 “50억 원씩 300억 원”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다. 하지만 김수남 전 총장이나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회장 등은 구체적인 청탁 내용이나 돈이 건네진 과정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6명 가운데 곽상도 전 의원만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수사팀 안팎에서도 “더 이상의 수사 확대는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박영수 전 특검 관련 의혹을 제기하지만, 청탁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박 전 특검”이라며 “대선 전에 곽상도 전 의원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검찰의 출구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이보다 앞선 3일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은 유한기 전 본부장을 통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위조한 혐의(공문서위조 등)로 고발됐지만 이 후보는 별도의 서면조사 없이 수사가 마무리됐다.
앞서의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대장동 의혹은 대선 직전에 불거져,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안이기도 했다”며 “대선 결과에 따라 특검이 도입되거나, 관련 의혹이 재점화되면 새로운 검찰 수사 라인업이 다시 수사하는 방식으로 재등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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