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금쪽’ 시리즈 인기, ‘물어보살’ ‘연참’ 롱런, ‘진격의 할매’도 화제…일부 프로 ‘전문성 부족’ 우려
#“고민 있습니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고민 상담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를 내세운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가 대표적이고,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연애의 참견’도 장기간 방송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채널S의 ‘진격의 할매’가 화제다.
각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부모가 나서서 육아를 둘러싼 고민을 토로한다. 과거 방송됐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맥락이다. 출연 의사를 밝힌 가정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이의 행동을 살펴본 후 구체적인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이 때문에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아이 키우는 시청자들의 ‘바이블’로 불린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는 ‘금쪽같은 내 새끼’의 인기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예능에 가깝다. 아이가 아닌 어른들의 심리 상담이 주된 소재이고, 연예인들도 적극 참여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진격의 할매’는 엄밀히 말해 ‘상담’보다는 ‘대화’에 가깝다. 진행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점집을 콘셉트로 방송인 이수근과 서장훈이 진행을 맡는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출연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후 나름의 해결책을 웃음을 곁들여 전하는 식이다. ‘진격의 할매’는 70∼80대 배우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가 MC로 나섰다. 세 할머니는 오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 의뢰자에게 따끔한 질타와 따뜻한 조언을 동시에 건넨다.
2월 8일 방송에 딸과 함께 출연한 엄마가 “딸을 향한 악플이 고민”이라고 토로하자, 김영옥은 “나도 안티가 있다. 무시밖에 답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어야지, 죄책감 때문에 행복을 불행으로 이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언했고, 박정수는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상처받지 마라”고 다독였다.
‘연애의 참견’은 젊은 남녀의 연애사를 주로 다룬다. 2018년 첫 방송을 시작해 4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남녀 간 자극적인 이야기를 재연 영상까지 곁들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 연이어 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19 창궐 외에도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과 SNS(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진 이들은 TV에 출연해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는 것에도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고민 상담 프로그램은 제작비가 적게 든다. 대부분 스튜디오 내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세트만 지어두면 고정비를 아낄 수 있다. 2~5명 정도 고정 출연진 외에는 비 연예인 게스트도 적극 참여하는 터라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비교해 제작비가 절반 이하 수준이다. 반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보장된다. 코로나19 시대를 견디는 방송가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전문성은 갖췄나
쏟아지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 대해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가”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경우 실제 상담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인 오 박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 외 프로그램에서는 대부분 전문가를 따로 두지 않는다. 고민 상담 예능이지만 ‘고민 상담’보다는 ‘예능’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심리 분석을 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사례조차 줄어들었다.
반면 “고민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고민을 안고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외부에 드러내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 안에서도 충분히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는 다수가 모이기도 쉽지 않아 관계 단절이 우려된다.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조차 없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방송에서나마 이렇게 고민을 공유하고 함께 그 해결책을 모색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고민의 수위에 따라 달라진다. 신변잡기적 고민은 연예인 MC와 대화하고 의논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출연진의 고민은 전문가적 치료를 요하는 수준이다.
‘연애의 참견’의 경우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SNS에서 친구들과 여성들의 노출 사진을 공유하고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사연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이는 치료를 넘어 범죄에 해당되는 행위다. 당시 제작진은 “‘연애의 참견’ 최초로 법률자문을 구했다”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고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심각한 고민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대하는 행위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상담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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