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군사 개입 명분 부족…미국발 경제제재 시 긴축 가속과 자금 이탈 가능성
#푸틴, 무력불사 의지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특히 부동해인 흑해에 접하고 있어 호시탐탐 해양 진출을 노리는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30여 년간 꾸준히 동진한 끝에 드디어 러시아와 정면으로 마주한 결과다.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붕괴 이후 나토는 옛 소련 연방이던 발트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까지 가입시켰다. 이로써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와 정면으로 국경을 마주하게 됐다.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의 남쪽 국경이 나토와 직접 접하게 된다.
러시아는 나토 확장이 안보 위협이라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의 대 서방 요구사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함께 ‘나토의 후퇴’다. 이 논리라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발트3국의 나토 가입도 취소돼야 한다. 미국은 이 같은 푸틴의 요구를 일축하고, 대신 군축 협상을 제안했지만 군사력 외에는 미국에 열세인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이 밀린다면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발트 3국이라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최근 발트 3국은 나토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데 이어 극동아시아 전력의 60~70%를 벨라루스로 이동시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후 친푸틴 정부를 수립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도 나토군은 별다른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무력충돌을 벌인 적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나토 비회원국이어서 미국과 서방은 군대를 직접 배치할 명분이 적다. 나토의 선제적 군사 배치는 자칫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 현재 배치된 전력에서도 러시아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러시아가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한다면 서방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경제제재 수단과 파장은?
미국이 가진 최고의 제재카드는 국제결제망 배제다. 국제결제망에서 배제되면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를 공급해봐야 돈을 받지 못한다. 러시아의 돈줄인 자원 수출을 막을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송유관 꼭지를 잠그는 대응이 유력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이미 달러 결제를 줄이며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되는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해왔다. 유럽 국가 상당수가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해 일관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독일과 이탈리아는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면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뛰게 된다. 현재 각국의 긴축은 경제성장 훼손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유럽발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반강제적으로 긴축 강도와 속도를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러 강세가 가속화되면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더욱 자극해 국내 증시를 짓누르게 된다. 일단 제재가 시행되면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러시아와 유럽 모두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유럽은 방위비 부담과 함께 수백만 명의 난민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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