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추락 YG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히든카드’…디지털 자산 등 신규사업 성공 위해서도 절실
빅뱅은 현재 ‘글로벌 원톱’으로 꼽히는 방탄소년단보다 먼저 세계무대에서 K팝의 저력을 과시한 그룹이다. 리더 지드래곤(GD) 등 멤버들이 음반은 물론 패션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4년 전과 지금의 위치는 백팔십도 다르다. 깜짝 복귀 발표에도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심지어 빅뱅이 ‘왜’ 활동을 재개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는 가운데 과연 과거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전망도 엇갈린다. 넘어야 할 산이 높기만 하다.
#‘버닝썬 게이트’ 승리 퇴출, 탑도 활동 불투명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는 “2018년 3월 싱글 ‘꽃 길’ 이후 4년 만인 올봄 신곡을 발표한다”며 “신곡 녹음을 마치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6년 데뷔 이후 ‘거짓말’ ‘마지막 인사’ ‘블루’ ‘뱅뱅뱅’ 등 발표하는 곡마다 메가 히트를 기록해왔던 만큼 복귀 선언 이후 기대감이 증폭될 법도 한데 반응은 싸늘하다. 오히려 복귀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2021년부터 팬들이 빅뱅과 YG를 향해 ‘빅뱅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해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는다.
빅뱅은 2017년 멤버 탑의 입대를 시작으로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차례로 군 복무에 돌입하면서 공백기를 보냈다. 입대 직후 대중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연예인들과 달리 빅뱅은 ‘조용한 군 복무’와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다. 탑은 복무 도중 과거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았고, 지드래곤은 육군 입대 직후부터 발목 통증과 수술 등 이유로 군 병원 특혜 입원 의혹에 휘말렸다. 마지막 입대 예정자였던 승리는 2019년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가담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성범죄 등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질러 빅뱅은 물론 YG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결국 YG가 승리를 퇴출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빅뱅은 승리를 뺀 4인조로 나선다. 하지만 4인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탑이 YG와 전속계약을 끝내고 독자 활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탑은 제대 직후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겠다”라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결국 빅뱅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빅뱅은 3인 체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YG는 “빅뱅 외에도 개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의견을 존중해 멤버끼리 잘 협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건이 되면 빅뱅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역대급’ 사건·사고의 장본인들
잦은 사건 사고로 인해 빅뱅은 ‘범죄자 그룹’이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과거 아무리 인기가 높았고, 여전히 팬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대중에게는 이들이 벌인 범죄 사실이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특히 ‘버닝썬 게이트’의 주범인 승리는 폭행과 성범죄, 불법 촬영물 공유, 상습도박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항소심에서 횡령 및 성매매 알선 등 9개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아무리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어도 여전히 승리 관련 뉴스는 빅뱅과 연결된다.
빅뱅의 대성도 자유롭지 않다. 2020년 불법 유흥업소 운영 방조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문제의 빌딩은 대성이 2017년 11월 매입한 곳. 대성은 ‘건물에 어떤 업소가 들어왔는지 몰랐다’라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약한 해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쯤 되면 빅뱅의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단 한 차례의 구설에도 휘말리지 않은 ‘청정구역’ 태양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배우 민효린과 결혼해 최근 2세 탄생을 알리기도 한 태양은 멤버들이 온갖 스캔들에 연루돼 비난을 받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그룹을 지켰다. 이번 빅뱅의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도 의견을 한데 모은 태양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YG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 빅뱅
빅뱅이 명예를 회복할 길은 오직 ‘음악’뿐이다.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야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가요계의 전망이다. 전성기 때 얻은 명성도 간과할 수 없다. 빅뱅은 미국 LA타임스가 뽑은 ‘가장 성공한 K팝 그룹’,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100인’에 처음 포함된 K팝 그룹으로 기록돼 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의 경우 한두 명의 멤버가 돋보이지만 빅뱅은 5명 전부 음악성 등 재능을 갖춰 고르게 인기를 얻었다. 현재 YG 소속의 글로벌 K팝 그룹 블랙핑크가 탄생할 수 있던 배경으로도 빅뱅의 존재가 꼽힌다.
빅뱅이 어떤 곡으로 복귀할지 베일에 가려 있다. 그동안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들었던 지드래곤 등 멤버가 자작곡을 내놓을지, 빅뱅의 성공 신화를 함께 써온 프로듀서 테디와 다시 손잡을지 등 여러 전망이 뒤섞이고 있다. YG는 신곡 제목과 발표일 공개는 비밀에 부쳤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왜 지금 빅뱅이 컴백하는지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먼저 YG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있다. YG는 한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K팝 3대장’으로 꼽혔다. 하지만 빅뱅 멤버 입대와 승리의 논란을 겪으면서 시가총액이 곤두박질쳤다. 그 사이 영향력을 키운 방탄소년단과 그 소속사인 하이브에 정상의 자리를 일찌감치 내줬다. 블랙핑크가 활약하지만 K팝 시장에서 남성 그룹의 파급력이 월등하다는 점에서 빅뱅은 YG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히든카드’인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빅뱅이 컴백을 발표한 직후 YG 시가총액은 1조 원대를 회복했다.
최근 YG가 공격적으로 벌이는 신규사업도 주목받는다. YG는 2022년 1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블록체인 인프라 공급자인 바이낸스와 손을 잡고 NFT(대체불가토큰)를 포함한 사업에 진출했다. K팝 스타와 이들의 노래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게임과 디지털 에셋, 팬 서비스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YG 입장에는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등 소속 그룹과 비교해 지적재산권(IP)이 풍부하고 인지도가 높은 빅뱅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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