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K 방역이 정점 도달 늦춰 ‘아이러니’…2월말? 3~4월? ‘묻지마 대유행’이 긍정적 변수 될 수도
#일본은 상승 둔화, 한국은 급등 추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산하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을 넘어선 것은 2월 5일(702.69명)이다. 그리고 2월 9일에는 749.63명이다. 2월 1일 600명대에 진입해 4일 만에 700명대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5일 동안에는 47명가량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400명대에서 500명대로 가는 데에는 단 2일, 다시 500명대에서 600명대로 가는 데에는 4일밖에 걸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그래프를 희망적으로 본다면 700명대를 기록하고 요즘이 오미크론 정점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급등 추세다.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 7일, 200명대 4일, 300명대 4일, 400명대 1일, 500명대 2일, 600명대 2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월 3일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더욱 급격해졌다. 오미크론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이 대부분 일본처럼 가파른 상승세가 어느 순간 둔화하기 시작해 정점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월 중순 미국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연구소(IHME)는 한국의 오미크론 정점은 2월 25일 즈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는 14만 5000여 명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그래프를 참조하면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걸렸는데 이런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봐도 2월 말 무렵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월 25일을 즈음해 본격적인 상승기가 시작됐고 2월 초중순인 현재 시점도 여전히 상승기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빠른 1월 13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이제 한 달이 거의 돼 간다.
#자칫 정점 도달 시점 늦어질 수도
과연 한국도 2월 말이면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한 예측일 뿐이다. 문제는 해외와 다른 한국만의 특징이 변수로 작용할 경우 향후 그래프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부정적인 변수가 될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적인 K 방역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들과 국내의 유사한 점은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한국은 지금까지 확진자 규모를 잘 관리해왔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정점은 대부분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확진을 통해 면역을 갖게 된 인구가 많아져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형성되면서 도달한다.
성공적인 K 방역으로 한국은 서구권 국가들보다 다소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의 확진자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결국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확진으로 면역을 갖춘 인구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런 변수를 감안하면 그만큼 더 많은 인구가 오미크론에 감염돼야 정점에 도달할 수 있어 정점까지 가는 기간이 한 달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오미크론 대유행에 의한 확진자 급증 추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비교적 방역 정책을 잘 펼치며 확진자 규모를 잘 관리해온 국가들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호주의 경우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이던 12월 20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1월 13일에는 4235.06명까지 치솟았다. 무려 40배가 넘는 급상승이다. 1월 18일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월 9일에는 986.68명을 기록 중이다. 호주는 채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만에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했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 유행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한국처럼 지금 한창 상승기다.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가 221.72명이던 1월 20일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2월 9일에는 1749.25명까지 치솟았다. 싱가포르 역시 그래프만 놓고 보면 언제쯤 오미크론 정점이 시작될지 예측이 어려운 급상승기다.
#5만 명은 공식수치일 뿐…무증상 감염 많아
호주, 싱가포르 등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신규 확진자 규모를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오히려 정점 도달 시점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오미크론 대유행 국가들과 달리 정점 도달 시점이 한 달을 넘길 경우 3~4월에나 오미크론 정점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치는 과거에 비해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K 방역의 핵심은 신속한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의 3T 방역 정책인데 오미크론 대유행에서 방역당국은 사실상 3T 방역 정책을 포기했다. 특히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자가진단키트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감염자인데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나와 본인이 확진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신규 확진자가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검사를 받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신규 확진자들도 숨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무증상 감염에 대비해 방역당국이 선제적 PCR 검사를 독려해 이 과정에서 확진자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경증의 감기 기운까지 있을지라도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기 힘들다.
2월 9일부터 한국의 일일 신규확진자는 5만 명대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자가진단키트의 낮은 정확성과 숨겨진 무증상 감염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확진자 규모는 5만 명대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실제 한국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프는 공식 수치를 기반으로 한 아워월드인데이터 그래프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미크론 정점 도달 시점을 앞당기는 긍정요인이다.
#일본의 위기 통해 본 4차 백신 필요성
현재 한국은 3T 방역 정책을 포기하면서 ‘묻지마 확산’이 거듭되고 있다. 검사가 원활하지 않아 확진자 구별이 어려워졌고 확진자 동선 추적에 따른 추가 감염 방지도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3T 방역 정책을 포기한 까닭은 확진자 급증에 따른 물리적 한계 때문이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력은 강력한 데 반해 위중증률과 치명률 등은 약한,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고위험군에게는 오미크론이 여전히 위험하다.
일본의 경우 위중증률과 치명률 등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이 대유행하고 있음에도 중환자실 환자 수와 사망자 수 등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0만 명당 중환자실 환자 수의 경우 1월 5일에만 해도 일본은 1.21명에 불과했고 한국은 18.57명이나 되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런데 2월 2일에는 일본이 11.42명으로 급증한 데 반해 한국은 5.34명까지 내려왔다.
10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 역시 1월 5일에는 일본이 0.01명 이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한국은 1.20명이나 됐었다. 2월 9일에는 한국이 0.42명까지 하락한 데 반해 일본 0.92명으로 급등했다. 치명률 역시 한국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소폭 상승 중이다. 이처럼 일본은 오미크론 대유행을 거친 대다수의 국가들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부스터샷(3차 접종)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입 방지를 위해 2021년 11월 말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등 강력 방침을 유지해 왔지만 부스터샷 접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강력한 부스터샷 접종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올해 1월 말이었다. 1월 28일 기준 일본의 부스터샷 접종률은 고작 2.7%로 한국의 51.4%에 크게 뒤졌다. 서구권 국가들도 대부분 40~50%대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1월 말부터 부스터샷 접종에 속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2월 10일 7.9%로 한국의 접종률 56.4%에 크게 뒤진다. 워낙 돌파감염 사례가 많아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적어도 중증화 방지 효과는 큰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의 사례가 그 반증이다.
일본의 사례를 놓고 볼 때 한국 역시 오미크론 대유행 과정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오미크론 정점이 오기 전에 일본처럼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올라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면역 저하자와 요양병원·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2021년 10~11월 가장 먼저 부스터샷을 접종했다. 벌써 백신 효과가 감소하는 시기에 돌입해 돌파감염 및 중증화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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