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주가조작·김혜경 과잉의전 의혹 공방…안철수, 윤석열 저격하고 이재명은 안에 우호적 ‘미묘’
2월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종합편성채널 4개사(MBN·JTBC·채널A·TV조선)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연합뉴스TV·YTN) 등 6개 방송사가 공동주관한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렸다.
2월 3일에 이어 두 번째 4자 TV토론이다. 앞서 1차 TV토론은 3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격하면, 이 후보가 반격하는 모습은 이날 토론에서도 반복됐다. 이 후보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제기 과정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말한다. 검사가 왜 그러느냐”고 쏘아붙였고, 윤석열 후보는 “이 후보는 자꾸 사실이 아닌 말을 한다”고 되받아쳤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둘러싼 신천지 관련 소문, ‘무속’ 논란을 끄집어냈다. 이 후보는 “건진법사가 ‘이만희(신천지 총회장)를 건드리면 영매라서 당신에게 피해가 간다’라고 말한 걸 듣고 압수수색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신천지) 한 신도가 이 교주가 윤 후보 덕분에 살았으니 빚 갚아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을) 도와주라는 양심선언을 했다. 당시 압수수색을 안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하면서 말씀을 막 하신다”며 “법무부 장관의 압수수색 지시는 완전히 코미디 같은 쇼”라고 반박했다.
특히 1차 토론과 달리 이날은 양강 후보 배우자의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의전 의혹,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집중 공세의 대상이 됐다.
포문은 이재명 후보가 먼저 열었다. 윤석열 후보가 청년정책 토론에서 이 후보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이재명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뒤 “오히려 이 지점에서 지적하면 지금 부인께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말이 많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이 후보는 “(윤 후보가 2010년) 5월 이후로는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후 거래가 수십억 원이었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윤 후보의 허위 해명 논란도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검찰에서 2년 이상 별건에 별건을 거듭해 가면서 조사했다. 아직까지 문제점이 드러난 적은 없다”며 “2010년 5월까지 (거래)했다고 하는 것은, 재작년에 유출된 그 (경찰) 첩보에 등장하는 인물과의 거래가 그랬다고 말씀드렸다. 제가 경선 당시에도 계좌까지 전부 다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심상정 후보도 의혹 제기에 동참했다. 심 후보는 “실제로 문제가 없다면 거래내역을 공개하라”며 “주식양도세 없애서 주가 부양하겠다는 분이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범죄 의혹에 떳떳하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양두구육이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는 이 후보도 공격했다. 심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후보 가족의 사생활 문제로 이슈를 만들 생각은 없다”면서도 “배우자 의전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다. 이 후보의 자격과 관련된 사안이기에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이나 도지사가 배우자 의전 등을 담당하는 직원을 둘 수 없다. (문제가 된) 배 아무개 전 사무관의 인사권자가 이 후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제 불찰”이라며 “워낙 가까운 사적 관계에 있던 사람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다 보니 주로 공무에 관련된 일을 도와주다가 경계를 넘어서서 사적 관계에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제가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이니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윤석열 후보의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 인터뷰 논란도 TV토론에서 문제가 됐다. 안철수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갑자기 정치보복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고 윤석열 후보를 직격했다. 동시에 여권의 ‘정치보복’ 공세에 대해서도 “기득권 양당 1·2번 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앞으로 5년간 국민은 반으로 갈라져 싸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후에도 안 후보는 윤 후보를 계속 공격했다. 공정과 상식, 노동이사제 문제를 연이어 퍼부었다. 저출산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출산율이 어느 정도냐”고 묻자, 윤 후보가 “퍼센티지는 잘…”이라고 답을 못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반면 이 후보는 안 후보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가 안 후보에게 “국민내각, 통합정부가 필요하다. 선거 이후에는 ‘원팀’이 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하자, 안 후보가 “제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미묘한 눈치싸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토론이 끝난 후 민주당은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압도했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후보는 워낙 기대치가 낮다보니, 생각보다 토론을 잘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대선은 가능성을 보고 뽑는 선거가 아니다.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는 결국 유능한 후보를 뽑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2차 토론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반복하고 있다. 계속해서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데 부정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여전히 ‘남탓’ ‘편가르기’에 머물고 있다.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당을 심판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4인의 두 번째 TV토론은 총 시청률 21%를 기록했다. 1차보다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이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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