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특징은 단지 공포의 대상인 크리처(괴물)로만 좀비를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공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서양의 좀비와 달리 K 좀비는 탄탄한 서사를 갖춘 존재다. 좀비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변화한 존재로 좀비가 되기 직전까지는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부분이 K 좀비의 근본적인 차별점이다.
‘지우학’의 이재규 감독은 “다른 좀비물들은 드라이한데 K 좀비물은 뜨겁다. 그래서 ‘지우학’은 다른 좀비물과 달리 연민이 많고 뜨겁다는 게 특징”이라며 “한국인의 정서도 뜨거운데 ‘한을 가진 민족’이라는 말처럼 정서에 응어리가 있다. 그런 뜨거움 때문에 다르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반도’ 제작발표회에서 “K 좀비는 단순히 괴물이 아닌 방금 전까지 이웃이자 동료, 같은 인간이었다는 느낌을 준다”며 “대항해야 할 적이지만 희생자이기도 한 복합성을 가진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구의 좀비물과 K 좀비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그 근원에 대한 서사다.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 속 좀비는 주로 존재 자체가 갖는 공포감을 통해 소비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좀비가 된다는 설정부터 바이러스의 공포를 극복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선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이 꾸준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을 연구한다.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반면 K 좀비물은 기본적으로 좀비 근원에 대한 서사가 강하다. 왜 좀비라는 존재가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 서사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더 실질적인 공포를 만들어낸다. 넷플릭스 K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에서는 ‘생사초’가 나온다. 추운 곳에 서식하는 보랏빛 꽃을 피우는 풀인 생사초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효능을 가진 약재라 생사초라 불린다. 다만 죽은 사람을 되살리긴 하지만 좀비로 만든다.
사실은 생사초라는 풀 때문이 아니다. 생사초에 있는 기생충의 알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면 사람을 고통을 못 느끼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육을 탐하는 좀비로 만든다. 결국 기생충만 해결하면 치료도 가능한데 ‘킹덤’에선 몸 전체를 물속에 담그면 기생충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킹덤’ 시리즈는 아예 시리즈 프리퀄인 ‘킹덤: 아신전’의 배경을 추운 지역인 압록강 국경 일대의 폐사군으로 옮겨 거기서 생사초가 처음 발견됐다는 설정으로 비밀에 다가간다.

‘좀비’와 ‘이모탈’, ‘이뮨’은 모두 좀비에게 물려 감염에 노출된 상태로 일반적인 감염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다. 반면 이뮨과 이모탈은 돌연변이다. 이재규 감독은 “남라(조이현 분)와 같은 면역자가 이뮨인데 굉장히 강한 항체로 인해 발병하지 않은 좀비”라며 “이모탈은 살아있는 좀비로 은지(오혜수 분)나 귀남(유인수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뮨과 이모탈은 모두 좀비에게 물린 뒤 강력한 신체 능력을 얻게 되고 이성과 지능이 남아 있다는 것 등이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우선 면역자인 이뮨은 감염성이 없고 간헐적으로 배고픔이 찾아올 때에만 좀비 본능이 발동한다. 이모탈은 감염자로 당연히 감염성이 있고 좀비의 폭력성까지 갖췄다. 이런 까닭에 이모탈이 ‘지우학’에서 절대 죽지 않는 절대 빌런으로 이야기 흐름의 큰 축을 담당한다.
사실 좀비의 탄생 과정에 초점을 둔 K 좀비의 특징이 최근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한국 좀비 영화의 시초는 1981년에 개봉한 ‘괴시’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만든 초음파 송신기가 좀비 탄생의 이유가 된다. 신경이 남아있는 시체의 뇌에 초음파가 전달돼 뇌를 자극해 되살아나 사람을 공격하게 만든 것이다. 당연히 좀비를 물리치는 방법은 초음파 송신기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처럼 K 좀비물은 40년여 전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좀비의 근원에 대한 서사를 중시해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