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놓고 지난해와 다른 결론 가능성…국민연금 결정과 소액주주 결집 주목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매출액 75.9% 늘어난 8조 4618억 원, 영업이익 224.3% 늘어난 2조 4068억 원, 순이익 238.6% 늘어난 1조 9737억 원이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제품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면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올해 금호석유화학 실적 전망 평균은 매출액 8조 880억 원, 영업이익 1조 5982억 원, 순이익 1조 2234억 원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순이익의 20~25%를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별도기준으로 하면 연결기준보다 순이익이 줄어든다. 전년 배당성향은 연결기준 19.9%지만, 별도기준으로는 26.6%다. 올해 오히려 배당성향이 더 낮아지는 셈이다. 회사 측 약속대로라면 올해 배당은 주당 8800원 수준이다. 지난 연말 기준 주가로 시가배당률을 따지면 5.3%다. 꽤 높아 보이지만 주가 수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충분한 배당이라고 볼 수도 있고, 주가가 낮아서 시가배당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라고 진단할 수도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16만 원선으로 1년 전(최고 29만 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년 순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올해 예상 이익으로 따지면 4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화학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현재 주가는 매출액 4조 8095억 원, 영업이익 7422억 원이던 2020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내내 주가는 내리막길만 걸었다.
현재 증권사들의 금호석유화학의 목표주가는 최고 35만 원, 최저 14만 원으로 평균 25만 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순자산은 5조 905억 원이다. 올해에도 1조 원 이상의 이익이 난다면 6조 원을 넘게 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 1배 미만은 회사의 순자산만큼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당을 더 많이 하면 자본이 줄어 PBR은 높아진다.
박찬구 회장의 지분율은 15%다. 박철완 전 상무 측은 10%. 지난해에는 국민연금이 박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나서고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주주제안을 지지한다면 박 회장 의결권을 넘어설 수 있다. 1년 전 29%에 달했던 외국인 주주 비중은 20% 아래로 떨어졌고, 기관들도 지난해 내내 보유 비중을 줄였다. 의결권 6.6%를 가진 국민연금이 금호석유 지분 5% 이상 보유 신고를 한 때는 2012년 8월이다. 2012년 당시 주가가 현재와 비슷하다. 이후 10년간 2%포인트가량 지분을 늘렸지만 평균 매입단가와 시간가치를 따지면 이익보다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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