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예대마진, 이자수익 비중 90%대…은행들 성과급 잔치에 배당 확대 나서
정부의 대출규제로 총량 확대에 따른 이익 규모 증가를 꾀하기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최대한 낮게 유지하면서 대출금리는 최대로 높여 예대마진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어서 시장 저항도 거의 없었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해 '단군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데에서도 확인된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은행들의 이익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월 1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80∼5.230% 수준이다. 2021년 말(3.710∼5.070%)과 비교해 올해 들어 40여 일 사이 상단이 0.160%포인트(p)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따르는 지표(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수신(예금)금리와 시장금리 상승 등에 따라 지난 1월 17일 1.55%(신규 코픽스 기준)에서 1.69%로 0.140%p 올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469∼4.72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보다 하단이 오히려 0.031%p 떨어졌고, 상단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은 경제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금리(신규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3.51%, 신용대출이 5.12%다. 이 정도 대출금리 수준은 2014년 4분기 기준금리가 2.0%이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가계대출금리가 주택담보대출 3.5%, 신용대출 5.08%였다. 그런데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는 지난해 12월 말 1.72%로 2019년 4분기(1.7%)와 비슷하다. 당시 기준금리는 1.25%로 지금과 비슷했지만 가계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 2.5%, 신용대출 3.9%로 훨씬 낮았다.
과거 기준금리 대비 대출금리 수준이 높아진 원인으로 시장금리가 꼽힌다. 시장금리를 근거로 대출금리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3년, 5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수준은 과거 기준금리가 2% 수준이던 때와 비슷하다.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늘면서 국채 발행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서 시장에서 돈을 더 많이 빌리려면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은행은 원가에 해당하는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현재의 가계대출 금리와 비슷하던 2014년 4분기 예금금리는 2.27%로 지금보다 0.52%p나 높았다. 그만큼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지난해 매출(총영업이익)은 29조 24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7%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등에서 발생하는 순이자이익은 13.45% 늘어난 26조 4129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순이익은 무려 29.45% 급증했다. 매출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86%에서 90.3%로 높아졌다. 그만큼 이자 장사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이다.
은행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도 예정돼 있다. 국민은행은 월 통상임금의 300%로 전년(통상임금 200%+150만 원)보다 늘었다. 신한은행 기본급의 약 300%에 특별지급 복지포인트로 100만 마이신한포인트가 지급된다. 하나은행은 특별성과급을 기본급의 약 300%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기본급 200%의 경영성과급 외에 사기진작 명목으로 기본급 100%+100만 원이 더해져 기본급의 300% 이상을 받게 된다.
4대 은행이 속한 은행지주의 2021년 인건비만 13조 38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7% 늘었다. 올해에는 성과급 추가지급 등으로 15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4대 은행지주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20년 27.03%에서 지난해 29.75%로 높아졌다. 올해 30% 돌파가 유력하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연이자 2.9%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데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어 인건비 부담이 적어 기존 은행 대비 원가부담이 적다.
은행지주들은 임직원 성과급과 함께 주주배당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제동으로 20%에 묶였던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인 26%까지 높이는 모습이다. 올해 배당총액은 3조 7505억 원으로 전년(2조 2929억 원) 대비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지주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69%, 신한지주 60%, 하나금융 67%, 우리금융 30%다. 배당액의 59%인 2조 2249억 원이 외국인 몫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2월 중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차이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금감원은 연초부터 금융사별 대출금리 적정성 여부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면서 금리 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영개입 우려 탓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으면 권고안 수준으로 결론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열희 언론인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