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 4차 접종 덴마크 “지금 당장은 불필요” 입장 선회…향후 위중증·치명률 변화 주목
덴마크는 12월 초 오미크론 확산세가 시작돼 1월 22일 즈음 정점을 맞은 듯했지만 2월 9일부터 다시 급증해 2월 13일 다시 정점을 찍고 이제야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월 29일 7899.96명까지 치솟은 뒤 덴마크는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변환돼 2월 13일 7970.81명으로 다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월 16일에는 7372.01명이 됐다. 영국이 2600명대, 미국이 2400명대로 오미크론 정점을 찍은 것에 비교하면 3배 가까이 큰 유행 규모를 경험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가 코로나 백신 4차 접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1·2차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은 국가 가운데 한 곳이다. 2차까지 접종한 인구 비율이 80%가 넘고 부스터샷 접종률도 61.9%나 된다. 이미 2021년 11월에 시작한 5~11세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 프로그램도 곧 마무리된다.
유럽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도 덴마크였는데 최근 4차 접종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게다가 올 봄부터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단계적 종료에 돌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AP통신 등 서방 매체들은 덴마크 보건당국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3차 접종만으로도 노인 등 기타 고위험군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4차 접종이 지금 당장은 불필요해 보인다”는 게 현재 덴마크 보건당국의 입장인데, 볼레트 수보 덴마크 국립보건원장은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겨울이 끝나감에 따라 4차 접종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각국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1월 25일 전체 국민에게 4차 접종을 권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보건부의 1월 23일 발표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 4차 접종자는 3차 접종자 대비 감염 예방은 2배, 중증화 예방은 3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상황을 보면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이스라엘은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 시작 직후인 2021년 12월 25일 무렵부터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한 달 뒤인 1월 25일 정점을 찍었는데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무려 1만 968명이나 됐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보다도 3000여 명이 많은 수치다. 이후 급감해 2월 16일에는 2701명을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면역저하자에게 4차 접종을 권고했다. 독일, 칠레, 스페인, 헝가리 등도 고령층 대상 4차 접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2월 14일부터 면역저하자 130만 명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이 시작됐다. 3월 1일부터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50만 명으로 확대된다.
부스터샷이라 불린 3차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하고 있다. 특히 부스터샷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국가에서만 오미크론 대유행 과정에서 위중증률과 치사율이 올라가는 데이터가 확인되면서 그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으로 중환자실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모두 급증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진자는 급증해도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하락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돌파감염자가 많아 백신의 오미크론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르고 있지만 중증화 예방 효과만큼은 어느 정도 확인되고 있다.
면역저하자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4차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은 많아지는 추세다. 아직 전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고위험군과 달리 일반 국민의 4차 접종을 적용할 근거는 많지 않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덴마크 보건당국이 3차 접종만으로 고위험군 보호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4차 백신 접종 계획을 철회했다. 일본의 경우처럼 덴마크 방역당국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면 위중증률과 치명률 등이 증가하는 안 좋은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전세계가 덴마크의 코로나19 관련 수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덴마크 방역당국의 판단이 맞았다는 게 수치로 입증되면 4차 접종 필요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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