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 ‘지플랫’으로 앨범 발표, 준희도 매니지먼트 계약…정작 최진실 떠나보내지 못한 건 대중
고 최진실의 맏아들 최환희가 2020년 가수로 데뷔한 데 이어 둘째인 딸 최준희가 최근 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유명 연예인의 2세가 부모의 직업을 따라 연예계에 진출하는 일은 흔하지만 최환희, 준희 남매의 도전은 좀 더 특별하다. 유년기부터 엄마의 유명세 덕분에 대중에 널리 알려졌고, 가족사로 인해 지난 15년 동안 안타까움과 응원을 동시에 받아왔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나란히 연예계 진출
최진실의 딸 최준희가 2월 초 매니지먼트사 와이블룸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와이블룸은 배우 이유비를 중심으로 채수아, 최가인 등 신인 연기자가 소속된 소규모 매니지먼트사다. 최준희는 당장 활동에 나서기보다 매니지먼트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데뷔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와이블룸 측은 “배우의 꿈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최준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재능을 떨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엄마와 빼닮은 외모로 주목받은 최준희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SNS(소셜미디어) 활동으로 팬들과 소통해왔다. SNS에 올리는 사진과 글이 기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쌓았다.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니지만 ‘최진실의 딸’이라는 사실로 인해 SNS에 쓴 글과 사진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때때로 “최진실의 딸이 아닌 최준희”라고 자신의 존재를 강조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팬’과의 소통에 더 적극적이다. 얼마 전에는 한 출판사와 에세이 출간 계약을 맺고 작가 데뷔도 앞뒀다.
먼저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건 오빠 최환희다. 스무 살 때인 2020년 ‘지플랫’이란 예명으로 싱글 ‘디자이너’를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2021년 앨범 ‘데이 앤 나이트’를 출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준희 역시 올해 스무 살. 성인이 되자마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행보는 이들 남매의 공통점이다.
#유년기부터 대중에 알려져
최환희와 준희 남매는 최진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후 언론 매체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 엄마의 기일이면 외할머니 등 가족과 묘소를 찾은 모습이 공개되기도 여러 번.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사연이 알려진 탓에 안타까움을 샀고 ‘건강하게 자라 달라’는 응원도 받았다. 대중이 이들 남매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남매 역시 성장하면서 연예계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환희는 2014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우가 꿈”이라고 말했고, 고등학생 때인 2019년에는 tvN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애들 생각’에 출연해 10대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준희 역시 엄마의 과거 활동 모습을 SNS에 공유하면서 엄마와 쏙 빼닮은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 남매의 연예계 데뷔가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원한다고 연예계에 입문할 수는 없는 일. 최환희, 준희 남매의 연예계 진출을 옆에서 도운 이들이 있다. 오랫동안 배우로 사랑받은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연예계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은 덕분이다. 최환희의 데뷔를 도운 이는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로빈. 악동뮤지션의 ‘200%’, 모모랜드의 ‘바나나차차’, 워너원의 ‘약속해요’ 등을 작곡한 로빈은 신생 엔터테인먼트사 로스차일드를 설립하고 1호 뮤지션으로 최환희를 영입했다.
최준희가 손을 잡은 와이블룸은 연예계 매니지먼트 명가로 꼽히는 iHQ(싸이더스HQ)에 오래 몸담은 관계자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생전 최진실과의 인연으로 최준희가 어릴 때 만난 인연이 있다. 와이블룸 측은 최준희와 전속계약은 맺었지만 연기수업 등 준비 기간을 갖고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을 때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진실 2세’ 시선, 이제 거둬야 할 때
연예계에 발을 디딘 남매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최진실 자녀’라는 시선이다. 스스로 연예계를 택한 만큼 세상의 눈길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낱낱이 알려진 가정사를 딛고 원하는 대로 가수와 연기자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작 이들 남매는 쿨하고 당당하다. 특히 최준희는 주변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태도로 SNS 활동을 잇고 있다. 오히려 자신이 쓰는 글 한 줄, 공개하는 사진 한 장에 뜨겁게 반응하는 온라인 여론을 즐기는 듯하다.
최환희의 소신 역시 뚜렷하다. 얼마 전 채널A의 상담 프로그램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은영 박사와 만나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진면목을 보였다. 방송에서 최환희가 꺼낸 고민은 “돌아가신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내라’라는 얘기라고 털어놨다. 자신은 최진실의 아들이기 전에 최환희라는 사람이자 가수 지플랫인데도, 그 자체로 봐주지 않는다는 고민이었다. 오히려 자신은 엄마와의 행복한 기억으로부터 힘을 얻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힘내라’라는 말에 담긴 진정한 뜻은 ‘죽지 말고 잘 살아야 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속내를 풀어내는 최환희를 두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심지가 단단하다”며 “어머니를 건강하게 잘 떠나보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작 최진실을 떠나보내지 못한 건 ‘대중’이라는 것이 오 박사의 진단. 그는 “이제 애도를 멈추고 청년 최환희를 보면서 음악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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