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장 규모 156조 원 예상…과다 경쟁 따른 식재료 품질 저하 부작용도
춘제를 앞두고 중국 주요 사이트 검색 순위엔 ‘선제요리(밀키트)’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에선 일주일 만에 300만 개의 선제요리가 팔려 화제를 모았다. ‘밀키트 선물세트’는 출시하자마자 ‘완판’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각광을 받은 밀키트가 설을 기점으로 절정을 맞았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천 아무개 씨는 설을 앞두고 밀키트로 풍성한 저녁 한 상을 차려냈다. 천 씨는 양갈비, 조기조림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간단하게 조리했다. 예전 같았으면 밤새 장만해야 할 음식이었다. 천 씨는 “코로나19로 설날 저녁은 집에서 먹기로 했다. 설날 음식은 만들기가 힘든데, 밀키트가 정말 좋고 편리한 선택이 됐다”고 흡족해했다.
중국에서 밀키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는 2022년 2월 2일 기준 6만 8100개다. 이 중 4200개가 2021년에 새로 생겼다. 이 중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점포들도 포함돼 있다. 불도장으로 유명한 음식점 사장은 “(밀키트를 만든 이후) 1990년대생 주문이 크게 늘었다. 올해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했다.
전복, 불도장 같은 요리는 재료 손질이 매우 어렵다. 집에서 먹는 것보단 외식을 통해 즐겨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외식은 힘들어졌다. 이른바 ‘집콕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밀키트도 그중 하나다. 불도장처럼 까다로운 음식도 이제 인터넷이나 앱으로 구매한 뒤 냉장고에 얼려서, 언제든 꺼내 요리하면 된다.
밀키트를 즐기는 한 30대 남성은 “간편하고, 시간이 절약된다. 맛도 있을 뿐 아니라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최적화됐다”고 했다. 인민대학 식품안전관리협동혁신중심의 쑨쥐안 연구원에 따르면 밀키트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가정식·편리함·신속함 등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다.
중국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밀키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늘었다. 특히 닭볶음, 전골, 불도장, 돼지고기 요리 등 전통적이면서 지역 특색 요리들이 잘 팔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 구매층은 도시에 거주하는 1990년대생이었다.
중국 농업대학 식품과학영양공학부 주이 교수는 “세척, 절임, 조리 등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하고 레시피대로 간단하게 가공하면 음식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서 “중국인들은 친척들 간의 단체 식사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게 어려워졌다. 밀키트로 집에서 가족 모임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2020-2026년 요리산업 시장 조사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대규모로 선점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 이는 그만큼 기회가 더 많다는 뜻으로,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이유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업체는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궈하이증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식품가공업계에서 최근 5년간 가장 빠르게 발전한 부문이다. 산서증권은 앞으로 3년 후엔 중국 밀키트 업체가 외식시장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기가 높은 밀키트 업체 ‘리샹궈’의 책임자 왕린은 “전골 요리부터 마라탕, 불도장 등 어려운 요리를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즉석 식품을 즐겼던 소비자들이 느꼈던 불만들, 즉 빠르고 편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영양과 맛까지 챙긴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했다.
하지만 밀키트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우후죽순 업체들이 생겨나다보니 위생, 맛 등에 있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화면에서 봤던 것과 실제 집에 도착한 음식이 다르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업체들 간 경쟁 심화로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질도 나빠졌다는 것이다.
톈진에 사는 40대 청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었다가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한 온라인 매장에서 닭 요리 밀키트틀 사서 대접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속은 기분이 들었다. 분량도 적고 맛도 없었다. 30위안(5600원)짜리 컵요리보다 못했다”고 했다.
1995년생 손 아무개 씨도 “평소에 잘 먹지 못했던 불도장이 밀키트로 출시된 것을 보고, 이를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했다. 하지만 냄새가 심해 못 먹었다”면서 “이젠 밀키트 요리는 안 먹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밀키트 구매 후기를 보면 ‘포장이 망가져 있다’ ‘식재료가 변질됐다’ ‘냄새가 난다’ 등과 같은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또 고기와 야채 등 재료의 함량이 표기돼 있는 것보다 적다는 비판도 많다.
한 유통 전문가는 “밀키트의 생명은 어떻게 신선도를 유지하느냐다. 재료가 쉽게 변질될 수 있다. 그런데 업체들이 원가를 절감하려고 얼음팩을 적게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수준 이하의 밀키트가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대학의 주이 교수는 “많은 소비자들이 밀키트의 저장과 수송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보다 더 먼저 고민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재료 자체의 신선도와 안전성”이라고 했다. 단순히 얼음팩의 문제가 아니라, 원가를 낮추려 질이 떨어진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징공상대학 상경연구원의 저우칭제 원장도 “원재료의 신선도, 가공과정의 식품안전 적합 여부 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운반 과정 중의 냉동은 그 다음 문제다. 온도를 조절해야 하고, 운송 중 파송 문제도 주의해야 밀키트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에서도 밀키트의 안전성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8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식품경영허가 관리방법’ 개정 일환으로 밀키트에 대한 사회적 의견을 구했고, 식품 취금 품목을 조정했다. 이에 따르면, 밀키트로 판매되는 식품의 종류를 더욱 세분화해 등급별로 안전 위험을 관리하도록 했다.
저우칭제 원장은 “아직은 당국의 (밀키트) 규제 역량이 부족하다. 밀키트 업체가 규칙에 따라 생산 경영을 철저히 하고,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우칭제 원장은 “당국뿐 아니라 미디어, 소비자협회, 인터넷 플랫폼 등이 힘을 합쳐 밀키트 제품을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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