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경제제재 맞서 러시아 반격 수위 높일 것 뻔해…달러 결제망 의존도 낮은 중국의 선택 변수로
#일단 전면전은 회피
당초 영국 정보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면전이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우크라이나보다 우위지만 상당한 부담이 가는 시나리오다. 랜디보고서(1996년)를 보면 시가전에는 인구 1000명당 전투원 20명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인구를 감안하면 9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한 셈이다. 전면전이면 러시아군 사망자가 1만 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서방이 저항군을 지원하면 사태는 훨씬 어려워진다.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에 친척이나 가족을 둔 이들이 많다. 민간인 희생자가 늘면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푸틴은 일단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독립 승인과 이를 위한 평화유지 목적의 러시아군 진입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송유관이 지난다. 러시아로서는 이 지역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를 지렛대로 서방 등과 협상에 나설 만하다. 우크라이나군과 상당한 교전이 벌어진다면 전면전에 나설 명분을 잡을 수도 있다.
#협상 여지 남았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선 이유는 나토(NATO) 동진을 억제하고, 과거 소련 시절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에 동의하지 않는 등 푸틴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진출할 것을 천명하자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대외 자금조달을 막는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직행하는 초대형 가스송유관 ‘노드스트롬2’ 승인을 중단시켰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각자의 지렛대에 힘을 가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따라 미국으로서도 당장 협상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힘겨루기가 지속되면 결국 양측 모두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협상이 이뤄져도 타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리의 범위나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방안 등은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 전비와 경제제재 부담이 커질 러시아가 먼저 강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접점 못 찾으면 신냉전
러시아 군의 무력 수위가 높아져도 미국과 서방이 직접 물리적으로 맞설 가능성은 낮다. 3차 세계대전 위험 때문이다. 대신 각종 원자재를 수출하는 러시아 대형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달러 결제망 퇴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경제제재를 예상했을 러시아가 이에 굴복할 리는 없다.
제재의 강도가 세질수록 러시아의 반격 수위도 높아질 게 뻔하다. 러시아는 이미 벨로루스에 군대를 영구 주둔시키기로 했다. 친러 성향의 벨로루스는 나토 최동부인 폴란드, 발트 3국과 국경을 직접 맞댄 나라다. 러시아군이 주둔하게 되면 나토군과 직접 대치하게 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냉전 해체 이후 미국에 방위를 의존하며 군축을 진행, 나토 대부분 국가의 군사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힘의 균형을 위해서는 미군이 나서야 하는데, 결국 핵 강대국 간 대결 구도의 재연이다. ‘신냉전’의 본격화다. 고착화되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이라는 또 다른 변수
러시아가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중국에 달렸다. 달러 결제망이 막혀도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러시아와 무역을 늘리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럽이 쓰던 천연가스를 중국이 사주고, 대신 중국을 통해 생필품과 공산품 등 각종 품목들을 조달하면 된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은 이란의 원유를 구매해준 곳도 중국이다.
미국 주도 경제제재의 핵심은 달러 결제망인데 중국 경제는 의존도가 낮다. 동유럽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장기화될수록 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놓고 러시아를 도우면 현재의 미중 갈등을 넘어 유럽 국가들과도 소원해질 수 있다. 첨단산업에서는 아직 서방에 열세인 중국도 타격은 감수해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