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이천수 등 자녀 실명·얼굴 공개, 악플 노출…아이들 정서적 피해 누가 책임지나
최근 이런 육아 고민상담 예능에서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룹 쥬얼리의 전 멤버 이지현의 가정이다. 2월 18일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한 이지현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 아들과 첫째 딸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 관련 기사에 “엄마가 아이들을 심하게 편애하고 있다. 첫째 딸이 크고 나면 엄마를 많이 원망할 것” 등의 댓글을 달았다.
시청자들이 해당 방송분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둘째로 인해 첫째가 정서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는 점이었다. 특히 두 자녀의 싸움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첫째 딸이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죽고 싶다”는 말을 한 장면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남매 사이의 흔한 다툼이라고 해도 아들이 누나를 다소 과격하게 괴롭히고 있음에도 아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고 “딸 차별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심지어 누나를 괴롭히는 아들에 대해서는 지적을 빙자한 도가 지나친 악플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이지현은 방송 직후인 2월 19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아무래도 금쪽이 우경이(둘째 아들)가 주인공이다 보니 우경이와 생활하는 모습이 더 많이 비춰지고, 편집상 상황들도 서윤이(첫째 딸)를 차별하는 모습처럼 보였더라”라며 “그런데 저도 다른 부모와 다르지 않게 사랑하는 두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윤이는 태어나서 거의 바닥에 내려놓은 적도 없이 가슴에서 키운 아이”라고 강조하며 “우경이가 조금 특별한 아이라서 싸움이 나면 먼저 진정시키는 편이지만 그 다음은 늘 서윤이를 이해시켜 주고 안아주고 풀어준다. 그래서 서윤이는 엄마가 내 편인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똑같을 순 없겠지만 양쪽으로 늘 바쁜 엄마”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지현은 '금쪽같은 내 새끼' 출연 전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21년이 끝나갈 즈음에 큰 용기를 내 싱글맘 육아로 복귀를 했지만 싱글맘의 육아보다 둘째의 ADHD가 더 부각이 돼 자극적인 기사들로 인해 엄마로서 많이 속상했다"며 "그런데 속상함과 아픔을 딛고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 저희 가정의 미래를 위해서 '금쪽이'에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엄마이기에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다만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는 방송을 통해 대중들의 날선 반응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크고 작은 피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육아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자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 중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살림남)에서는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월 19일 방송에서 이천수는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아내 심하은에게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아이들에게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폭력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특히 같은 방송사의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보여줬던 가정적인 모습과 백팔십도 달라진 모습을 두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살림남이 예능인 만큼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마찬가지로 대본이 있었을 것이고 아내와 아이들 역시 이런 사정을 알았을 것”이란 해명도 나왔다. 그러나 이천수의 자녀들은 가장 큰 아이가 고작 열 살로, 연기와 실제 상황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이 지적됐다.
심지어 이천수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아내와 세 살배기 쌍둥이가 결국 울고 마는 등 아무리 대본이 있는 방송이라고 해도 아이들의 정서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방송 이후에도 이천수의 태도를 놓고 네티즌들의 비판 여론이 이어진 만큼 TV 밖에서 아이들이 받을 상처 또한 우려되는 지점이다.
연예인은 물론, 비연예인의 자녀들이 육아 관련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매번 불거지는 지적이 “촬영 전후로 발생하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피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하는 문제다. 촬영 중에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가미하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말미암은 시청자들의 '회초리'가 지적됐고, 촬영 이후에는 이런 방송이 아이들의 교우관계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거졌다. 방송 내용을 보고 주변 친구들이 출연한 아동을 조롱하거나, 해당 아동을 문제아라고 여기는 친구들의 부모가 자녀와 놀지 못하게 하는 등의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출연 당시 아이들이 방송의 모든 내용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사정’만을 이유로 아이들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예인뿐 아니라 비연예인 출연진도 육아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나 예능에 출연하면서 방송 이후 자녀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종종 있다”며 “당시 방송 화면을 캡처한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되며 아이들이나 그 부모에게 굉장히 심한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 그 상처는 방송 제작진이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부모와 자녀들이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00년대 방송된 한 육아 관련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비연예인의 자녀가 성장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신의 방송 캡처본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 글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자녀는 “당시 저희가 철이 없기도 했고 일부 내용은 대본으로 정해진 대사를 했던 것인데 아직까지도 저희 가족이 비난을 받는 것이 슬프다”라며 “저희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니고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인 만큼 악플을 삼가주시고 글을 삭제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앞선 관계자는 “아역 배우들과 함께 하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가 아니라 연기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키고 촬영이 끝나면 분위기를 최대한 밝게 만들기 위해 모든 어른들이 노력한다”며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방송 후 아이들에 대한 보호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자극적인 부분을 좀 더 강조하는 방송의 특성상 이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겪게 될 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제작진도 시청자들도 좀 더 성숙하게 방송을 제작하고 또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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