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태백시와 경상북도 봉화군에 걸쳐 있는 태백산은 해발 1567m로 백두대간의 능선이다. 그 거대하고 웅장한 느낌의 이름에 비해 사실 초보자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왕복 4시간 정도의 거리라 산행 치고도 큰 부담이 없다.
국립공원인 태백산이 속한 태백산맥은 금강산·설악산·오대산·두타산 등을 거쳐 태백산으로 솟구쳤다가 소백산맥으로 이어진다. 주위로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다. 낙동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태백산은 설산의 모습이 아름다워 겨울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태백산은 겨울, 그것도 작심삼일 할 일이 많은 연초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산도녀’의 차림처럼 눈이 내린 설산에서는 스패츠 착용이 필수다. 스패츠는 등산화 안으로 눈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다. 스패츠를 착용한 한선화‧이선빈과 달리 정은지는 스패츠 대신 종아리 워머를 착용해 산행 초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흙길을 벗어나 빙판이나 눈길이 나오기 시작하면 얼음과 눈을 콕콕 찍으며 걸을 수 있는 아이젠도 차야 한다.
‘산도녀’가 오른 코스는 태백산의 대표 코스인 당골코스다. 당골광장에서 시작해 반재를 지나 망경대를 거쳐 천제단에 이른 후 장군봉에 닿는다. 이들의 목표는 정상인 장군봉이다. 편도 6km 코스다. 시작은 완만하지만 점차 눈길이 나타나고 설산의 진면목도 드러난다. 이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절로 탄탄해지면서 술에 기댔던 마음도 사뭇 단단해질지 모른다.

경사도가 갑자기 급해지기도 하지만 등산로가 잘 닦여있고 단순해서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좀 힘들면 속도를 확 줄여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등산스틱도 오르고 내리는 길에서 힘을 덜어준다. 방송에선 정은지가 등산스틱을 활용해 이선빈을 끌어주기도 했다.
계속 오르막일 것 같아도 중간쯤 오르면 아늑한 숲길도 펼쳐지고 능선도 탄다. 숨차지 않는 인생이 없는 것처럼 숨차지 않는 등산이 어디 있을까. 길은 급한 경사를 바짝 치고 오르다가도 다시 쉴 틈을 준다. 좀 쉬어가나 싶으면 또 다시 숨이 턱턱 차는 오르막을 내놓는다. 크게는 오름 중에 있어도 작게는 오르고 내림의 연속이다.

장군봉으로 가기 전 정상부에는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천제단이 있다. 태백산은 예부터 신령한 산으로 여겨져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리기도 했으며 지금도 개천절이나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안녕을 기원하며 천제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린다. 산꼭대기에 이렇게 큰 제단이 있는 곳이 국내에는 태백산밖에 없다.
정상에 도착하면 ‘산도녀’처럼 기다렸던 컵라면을 꺼내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자. 방송에선 하산 후 맛있는 걸 먹자며 컵라면을 챙기지 않은 한선화가 이선빈과 정은지의 라면을 뺏어먹으며 ‘꿀맛’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컵라면이 산해진미보다 맛있는 이유를 추운 겨울날 산에 올라온 자들만이 만끽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3인방의 ‘환상 케미’는 산에 오르자 실제 성격들이 자연과 버무려지면서 또 다른 케미를 뿜어냈다.

정상부에선 백두대간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함백산도 마주 보인다. 먼발치 언덕에선 휘잉휘잉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하늘이 시야에 꽉 찬다. 내려갈 일만 남은 산 위에선 마음도 홀가분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말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말처럼 산에 올라 정상을 맛보고 아래로 내려가는 몸과 마음이 뿌듯함과 홀가분함에 젖는다.
‘산행은 힘들다?’가 아닌 ‘산행도 재미있다!’를 보여주는 ‘산도녀’의 산행. 밤에는 또 다시 ‘술도녀’가 되어 술로 ‘적셔질’ 테지만 낮에는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산행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산도녀’의 다음 산행지는 한라산을 닮은 미니 한라산 어승생악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