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거워 밤잠을 못 이뤘어요” 공연 영상 2월28일 유튜브에서 공개
최근 김종성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서울시의 서울 문화예술 회복탄력성 키움 지원사업으로 제작한 낭독 드라마 ‘명동 1950’에 해설자로 출연했다. ‘명동 1950’은 1950년대 서울 명동의 풍경을 되살린 다큐멘터리 낭독 드라마다. 이제 나이 80을 바라보는 성우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종성에게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회를 들어봤다. 이번 공연은 비대면 영상 녹화로 제작돼 2월 28일 유튜브 한국예총 채널(다큐멘터리 낭독 드라마 ‘명동 1950’)을 통해 공개됐다.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올드팬이 아직도 많습니다. 근황은 어떠신지요.
“1943년생이니, 구세대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좋지 않은 곳도 있고요. 그래도 마음 편하게 먹고, 모든 것을 순리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만 보씩 걷고 그런 건 안 합니다. 적당히 삽니다. 성우란 직업은 옛날엔 라디오 드라마가 주종이었고, 더빙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게 거의 없어졌습니다. 성우가 사양길에 접어든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장르가 개척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이번 공연은 형식이 독특해 녹화장에서도 화제였습니다. 이 공연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처음에는 이 많은 성우를 모아서 어떻게 동선 등 모든 것을 원활히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녹화하면서 굉장히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것이 틈새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소리만 가지고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런데 이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줄었어요. 그렇다고 성우가 얼굴로 승부할 수는 없잖아요. 얼굴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아닌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한테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웃음).”
“어쨌거나 앞으로 이런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작품은 많은 탤런트, 배우, 가수가 필요합니다. 이들과 함께 하려면 경비는 물론 연습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시의 문화나 고적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 이야기라든지 꼭 필요한 것들을 발굴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추진하면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것이 우리가 사회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성우를 위한 것이라고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조수연 작가(한국영상대 미디어보이스 겸임교수)가 말했습니다.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조수연 작가한테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을 더 마련해 준다면 성우들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녹화가 끝난 뒤 유강진, 배한성 등 몇몇이 저녁 먹으며 그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앞으로 이런 일을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은 서울시가 후원을 해줘 가능했죠. 어떤 계기가 되면 묻혀있는 역사 이야기라든지 고적이라든지 이런 걸 좀 더 재미있게 만들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 밤잠을 못 이뤘어요.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거워서. 성우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아직도 필요한 직업입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면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재미만 추구하며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성우 데뷔한 게 1960년대 중반입니다. 그래도 1950년대 명동 얘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요, 그 시절 이야기가 담긴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1950년대 명동 이야기는 저도 좀 압니다. 1962년에 동국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미당 서정주, 조연현 선생님께 배우면서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시대의 흐름에 묻혀가는 이야기잖아요. 그걸 이렇게 구체화해서 간단하게 그려나가니까 다 연결이 됩니다. 어린 세대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즐겁지 않습니까. 지금 명동은 중국인도 안 오고, 세일하는 장소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역사적인 일이 있었던 장소라는 것이 알려지면 찾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굉장히 희망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이 있었다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어요. 그리고 이번 녹화는 협조가 잘 됐습니다. 사실 라디오 하는 사람들은 자기 것만 하고는 시간 맞춰 딱딱 가는 경향이 좀 있었습니다. 그날은 모두 모여서 끝까지 잘 해주어서 후배들한테 정말 고마웠습니다. 참석자 가운데 고은정 선배님이 제일 어른이시고, 저와 유강진이 그 다음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후배예요. 그들한테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대사가 가장 많았습니다. 7시간 가까이 녹화하는 동안 한자리에서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젊은 후배들과 함께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7시간이 아니라 17시간이라도 앉아 있겠더라고요. 고은정 선배님도 꼿꼿이 앉아계셨는데. 해설자든 누구든 왔다 갔다 하면서 흩어지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깨지기 마련이에요. 녹화시간에는 긴장하고 그러지만 우리는 그런 긴장이 적은 편이거든요. 그날은 앉아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그건 자랑거리가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한 거지. 하여간 앞으로 이런 작품이 있다면 어려운 역할이라도 저는 적극 참여하겠습니다. 출연료가 적어도 불러 주세요.(웃음)”
―성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저는 20대 초반 대학 3학년 때부터 성우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참여했던 신인들이 정말 고맙더라고요. 적극적으로 하는 게 예쁘고.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잖습니까. 말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고요.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연기는 인간성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특별히 많을 걸 읽어서 이미지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자기 인간성에서 목소리가 나와요. 인간성을 잘 갖춰야 성우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깊이 새겼으면 싶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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