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해명 없이 기존 입장 재확인 그쳐…‘이브’ 대본 리딩 공개 이틀 뒤, 컴백 수순 밟기?
‘가스라이팅 논란’ 이후 1년여 만에 tvN 드라마 ‘이브’로 컴백하는 서예지가 최근 공개한 사과문 전문이다. 구구절절 사과의 표현이 가득하지만 왜 사과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사과문을 요약하면 ‘늦게 글로 마음을 전한 부분이 죄송하며, 부족함이 죄송하고, 실망감을 안긴 점을 사죄드린다. 모든 일은 미성숙함에서 비롯됐으니 성숙해지려 노력하겠다’ 정도다. 왜 서예지는 부족하고 미성숙했으며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일까. 한 연예관계자는 이번 사과문을 보고 “마치 대선 후보들 부인의 사과문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 해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구체적인 해명’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4월 가스라이팅 논란이 불거지자 서예지의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는 2021년 4월 13일 공식 입장을 통해 “김정현 측과 확인 결과, 드라마 관련 논란이 서예지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가스라이팅 의혹에 대해서는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지 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배우가 어떠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연기와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정현과 당시 열애 중이었음은 인정하며 “이는 업계에서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라며 “모든 배우는 연인 간의 애정 다툼과는 별개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연애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의 미성숙한 감정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깊이 뉘우친다”고 밝혔다.
2018년 MBC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자진 하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연인 간의 애정 다툼과는 별개로 촬영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김정현 측으로 밀어낸 공식 입장이다. 대신 김정현이 드라마 촬영 중임에도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을 한 부분에 대해서만 서예지 측은 ‘개인의 미성숙한 감정 때문’이라며 사과했다.
이번 서예지의 사과문은 1년 전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가스라이팅으로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는 것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가스라이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시 김정현과 흔한 애정 싸움을 했고 이것이 드라마 ‘시간’ 촬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측면에 대해서만 서예지는 ‘미성숙했기 때문’이라며 사과를 한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서예지가 사과까지 할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애정 싸움이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흔한 애정 싸움’ 정도라면 보통의 연인들 사이에선 일상다반사로, 굳이 미성숙함까지 언급하며 사과할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분명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됐고, 김정현은 중도 하차까지 했다는 점이다. 서예지 측은 가스라이팅이 아닌 ‘모든 배우가 그럼에도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김정현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유지했다.
당시 서예지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가스라이팅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2021년 4월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 합격 통지를 받아 입학을 준비한 사실이 있으나 이후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 또 학교 폭력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모두 부인했다.
이번 서예지의 사과문에 이런 후속 논란에 대한 입장도 포함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구체적인 해명이 전무하기 때문으로 1년 전 소속사 공식입장을 감안하면 이번 사과는 김정현 관련 논란으로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학력위조와 학폭은 이미 부인했기 때문이다.
연예계에서는 이번 서예지의 사과문이 컴백을 앞둔 상황에서의 관문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논란 7개월여 만인 2021년 11월 tvN 새 드라마 ‘이브’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상황에서 2022년 2월 25일 드라마 대본 리딩 현장 사진 공개로 컴백을 공식화하고 이틀 뒤인 27일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렇게 컴백을 위한 모든 절차를 다 마친 서예지의 컴백 성공 여부는 올곧이 대중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한민국 0.1%를 무너뜨릴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고품격 격정멜로 복수극을 표방한 ‘이브’를 통해 서예지가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면 성공적인 컴백이 되는 셈이고, 대중이 외면한다면 실패한 컴백이 돼 차기 행보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브’는 2022년 상반기 방영 예정이지만 아직 편성은 확정돼 있지 않다. 수목드라마로 5월경 편성 예정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tvN이 1월에 발표한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방송가에선 tvN이 리딩 현장 사진 공개, 서예지 사과문 공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편성 일정을 확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연예계에서 불거진 첫 가스라이팅 논란이었던 만큼 서예지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논란의 주체는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 온갖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결국 중도하차한 김정현이지만, 가스라이팅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의 분노는 오히려 서예지에게 더 집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전 소속사를 통해 공식 부인된 학력위조 논란도 언제라도 재점화될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대중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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