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혜? 권리양도 강제, 엔딩 크레딧에도 이름 배제…넷플릭스 “개선 노력” 디즈니는 묵묵부답
#미래 권리까지 빼앗아
OTT 업체 디즈니 플러스의 권리양도서에는 성우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모든 형태, 모든 목적으로 변형 가능하며 그 권한을 한정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음된 목소리를 이용할 수 있는 대부분 권한을 디즈니에 양도한다는 뜻이다. 이연희 이사장은 “목소리를 작품에 입혀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2차 저작물에 대한 일부 권리가 성우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즈니는 ‘신개발이용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새로운 기술, 포맷, 전송방식 등을 이용해 작업물을 개발, 이용했을 때 그 작업물과 관련한 권리도 디즈니에 양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성우협회 측은 “신개발이용권이 말이 안되는 게 앞으로 어떤 플랫폼이 개발될지 모르지만 미래에 우리 목소리를 계속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미래에 있을 권리까지도 양도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노무법인 길은 “저작권법 상에서 권리의 보호기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으로 저작권·인접권 등은 물론 일신전속적인 인격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서비스 사용료에 저작권법에 따라 보장된 실연자의 재산적 권리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규정된 것은 공급자(성우)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서라고 판단된다”고 보았다.
법무법인 원은 ‘신개발이용권’에 대해 “성우들이 본건 계약에 따라 작업한 결과로 만들어진 작업물을 글로벌 OTT사가 다양한 매체에 이용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 작업물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형해 사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한다면, 계약 상대방인 성우들이 본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예상했다거나 양도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해당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내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작품 홍보 금지 요구도
한국성우협회는 성우들이 작품의 참여자로 나설 수 없도록 하는 글로벌 OTT 기업의 계약과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엔딩 크레딧에 한국 성우들의 이름을 올리지 않아 논란이 됐다. 실제로 디즈니 플러스의 몇몇 작품의 엔딩 크레딧을 확인해본 결과 프랑스어, 브라질어 등을 더빙한 성우들의 이름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국어 더빙에 참여한 성우들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었다.
디즈니 플러스의 권리양도서에는 실무관행에 따라 본인의 이름(본인의 직업명 또는 가명 포함)이 게재될 수도 게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연희 이사장은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엔딩 크레딧에 성우 이름이 언젠가부터 안 올라갔다”며 “내부적으로 올릴 수도 있고 안 올릴 수도 있는 것 역시 디즈니의 권리라고 하더라. 실연자(저작물을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방식 등으로 표현하는 사람)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경력과 관련이 있다 보니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성우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내가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그런 기회가 없어지는 거니까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OTT 넷플릭스는 성우들에게 작품 홍보 금지를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성우가 작품에 참여했어도 작품 공개와 관계없이 어떤 배역을 연기했는지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성우협회는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는 작품이나 배역에 대해 비밀을 지킬 필요가 있지만 공개 후에도 성우들의 이름을 홍보할 수 없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성우는 배우처럼 얼굴이 작품에 나오는 게 아니라 목소리만 나오기 때문에 목소리를 재사용하거나 수정했을 때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성우들은 방송국에서 2~3년의 계약이 끝나면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앞으로 작품 활동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성우협회는 작품의 참여가 곧 경력인 성우들에게 글로벌 OTT사의 엔딩 크레딧 이름 배제, 작품 배역 홍보 금지 요구는 성우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성우들이 글로벌 OTT 콘텐츠에 참여했을 때 출연료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공채 시험을 통해 방송국에 입사한 성우들은 정해진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맺는다. 방송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케이블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사의 약 30% 하향된 출연료를 지급한다. 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성우들이 많다 보니 노동조합과 협회는 성우들이 정해진 기준에 따른 출연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글로벌 OTT 기업들과 성우들을 이어주는 대행사·제작사들은 어떠한 협상도 없이 출연료를 마음대로 정한다는 것이 성우들의 얘기다.
이연희 이사장은 “글로벌 OTT 기업들은 성우들에게 지상파 출연료보다 낮은 출연료를 주고 있으며 그나마도 얼마인지 정해져 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이라며 “외국 실정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해오던 방식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가장 낮은 출연료로 정해버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성우협회가 넷플릭스의 파트너사인 아이유노의 지사장과 대화를 시도한 결과 출연료 상향 조정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성우협회의 지적에 대해 “국내 더빙 파트너사와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했다”며 “넷플릭스 작품에 참여한 성우분들의 역할과 성함은 모든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오해가 바로 잡힐 수 있도록 향후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파트너 사인 아이유노가 성우협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연희 이사장은 “넷플릭스 측과 출연료나 가이드라인에 대해 계속 협상 중”이라며 “아직 서류나 성명서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명확히 표시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성우협회는 디즈니 플러스에도 계약서 등의 협의를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현재까지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이연희 이사장은 “디즈니와 성우들이 오래전부터 함께 일했기 때문에 디즈니 측에서도 성우들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여러 문제들로 조심스럽겠지만 서로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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