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의혹 제기도 검찰 수사 적절성도 비판 받아…특검 필요성 목소리 높아져
#검찰 "이미 압수했던 자료" 즉각 해명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2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결재한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공사 배당이익’ 관련 보고서로 2017년 작성된 것이었다. 시행사 화천대유가 1조 35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는데 국민의힘은 이날 관련 3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해당 문건들은 2월 13~14일 무렵 안양-성남 간 제2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부근 배수구에 버려져 있는 것을 익명의 제보자가 수거해 국민의힘에 전달했다고 한다.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보고서와 결재문서 외에도 자필 메모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 ‘대장동 의혹 제기’를 주도해온 원희룡 본부장은 “정민용 전 팀장이 2016년 1월 12일 대장동-공단 분리 개발 보고서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독대해 대면 결재를 받았다”며 이재명 후보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보고서에는 성남1공단 관련 소송이 제기돼, “공단과 대장동 지역 사업을 결합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 ‘분리 개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 본부장은 이런 문건을 토대로 “이재명 당시 시장이 해당 보고서에 직접 결재했고, 결국 사업명 자체가 대장동 아파트 사업으로 변경된 후 새롭게 단지 용적률을 계산해 2700가구를 추가적으로 건설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문제 제기했다.
검찰은 기자회견 3시간 30분 만에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원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3건의 문건은 수사팀이 작년에 압수했다”며 “그중 2건은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했다. △의혹에 대해 이미 수사를 했고 △내용도 새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해명이었다. 이재명 후보 측도 “검찰은 지난해 압수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내용 역시 다 문제없다고 종결된 것의 반복일 뿐이고, 표지와 내용의 관련성도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다시 나온 반박과 제자리걸음 중인 검찰 수사
그러자 원희룡 본부장은 사흘 뒤인 28일, 추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해명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이 문건에 대해 검찰은 자신들이 작년에 압수, 제출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라며 “검찰은 종이 문건을 압수한 게 아니라 성남시청 전산 서버를 압수했고, 서버 전산망 내용을 출력해서 같은 내용이 있는 이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메모들과 함께 있는 그 문건에 대해 검찰은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며 “핵심 당사자들을 통해 (문건이) 밖으로 빼돌려졌다”고 덧붙였다. 문서에 적힌 손 글씨에 대해서도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동일인 손 글씨가 일관되게 발견된다. 다른 내용이 아니라 이재명 재판에 대한 대응 논리를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을 공개하며 남욱 변호사가 정민용 회계사에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말을 전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이 그림까지 그리면서 1000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럼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니가 알아서 해 그거만 만들어’”라고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유동규 전 본부장의 말을 전했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이란 1000억 원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대선 후 특검 투입해야"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에서 비롯되는 의혹 제기에 대해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아쉽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민의힘이 해당 자료를 확보한 것은 첫 공개 일주일 전이지만, 국민의힘은 내부 검토 등을 이유로 25일이 돼서야 의혹을 제기했다.
지나친 네거티브 속 ‘묻지마 의혹 제기’는 아쉽다는 비판이다. 실제 김은혜 의원이 제기한 녹취록 속 해당 발언에서는 ‘너, 나(내)’가 누구인지도 특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재명이 유동규와 함께한 말이라고 남욱이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검찰은 별다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선거를 앞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치권의 당연한 본능 같은 것이지만, 대장동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검찰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검찰이 확보해 검토했다’고 밝힌 증거를 놓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2% 아쉬운 감이 있다”며 “검찰과 법원을 필요한 때마다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편에선 ‘부족했던 검찰의 수사 의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명 시장의 서명이 포함된 자료를 확보해놓고도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직접 확인을 하지 않은 점 △정치권 비판을 우려해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점 등에 대한 아쉬움이다.
검찰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이 ‘눈치를 보고 판단할 사람들’을 서울중앙지검 핵심 인사로 앉혀놨고, 당연히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한 수사 일정을 계획하고 이를 토대로 안전한 결과만 도출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진짜 대장동 의혹에 대해 확인하려면 검찰이 아니라 특검이 투입될 필요가 있고, 검찰 수사 과정도 특검으로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며 “민주당 역시 대장동 특검에는 동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특검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가 적절했는지, 검찰의 수사는 적절했는지 등은 대선 후에 들어설 특검 수사 범위와 수사 의지에 따라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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