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 경쟁자 말리노브스키-미란추크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당분간 FIFA 월드컵이나 각종목 세계선수권 등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프로 스포츠에선 상황이 다소 복잡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 러시아 리그 소속팀들의 참가를 금지시켰다. 다만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해외 리그에서 뛰는 러시아 선수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러시아 리그는 UEFA에 가입한 55개국의 리그 중 10권 이내 순위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주요 러시아 선수들이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활약 중이지만 일부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러시아 출신 주요선수 중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전쟁 발발 이후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았다. 프랑스 리그 앙 AS 모나코 소속 알렉산드르 골로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소속 데니스 체리셰프 등은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골키퍼 안드레이 루노프도 부상을 입은 상태다.
이탈리아 세리에A 아탈란타의 알렉세이 미란추크 정도가 해외 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한 러시아 국적 선수다. 그는 지난 28일 삼프도리아와의 홈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0 승리를 견인했다.
그는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짦은 시간임에도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특히 경기 막판에는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기뻐야할 골 장면에서 특이점이 발견됐다. 미란추크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보단 별다른 세러모니를 펼치지 않는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의 골을 축하하러 달려드는 동료들과 달리 그는 무표정과 함께 양 손을 들어 올리며 세러모니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했다.
이는 그의 팀과 고국 러시아의 상황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아탈란타에는 러시아 출신 미란추크와 함께 우크라이나 출신 루슬란 말리노브스키가 함께 뛰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내 경쟁을 펼치는 사이이기도 하다. 2선에서 주전으로 중용되는 말리노브스키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미란추크가 기회를 받게 됐다.
이들의 고국은 전쟁을 펼치고 있는 사이지만 개인적인 관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란추크는 골을 넣었음에도 고국이 침략당한 동료를 위해 세러모니를 펼치지 않은 것이다.
침략국 출신이지만 미란추크의 심경 또한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골을 넣자 팀 동료들은 그의 주변으로 모여 위로를 건넸다. 관중들 또한 담담한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앞서 말리노브스키는 지난 25일 유로파리그 32강 올림피아코스와의 원정에서 골을 넣은 이후 반전 세러모니를 펼친 바 있다. 그는 득점을 성공시키자 유니폼 상의를 들어올렸고 그의 속옷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사라지기를(NO WAR IN UKRAINE)'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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