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소통 일환 추천·후기 소비생활에 적극 활용…허위·광고 글 적잖아, 78% “나도 당했다”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관계자들의 핵심 마케팅 전략은 ‘풀 심기’다. 타인의 추천, 구매 후기 등이 소비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구들과의 모임 또는 직장에서의 회식 등을 찾는 이들은 ‘따중디엔핑(유명 맛집 추천사이트)’을 활용한다. 전자제품에 입문할 땐 ‘즈후(문답형 플랫폼)’를 통한 전문가 조언 받아보기가 필수 코스다. 화장품은 ‘샤오홍슈(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커뮤니티)’ 후기를 보고 사는 게 익숙하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1990년대생 직장인 샤오왕은 퇴근할 때 휴대폰으로 ‘샤오홍슈’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샤오왕은 다른 사람이 남긴 화장품 구매 후기를 꼼꼼히 본다. 샤오왕은 “상품에 대해 모든 걸 이해하기 어렵다. 직접 써 본 사람의 후기를 찾는 일이 매우 합리적이고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나도 써보고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 ‘쭝차오’를 할 수 있다. 상호작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샤오왕이 언급한 ‘쭝차오’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원래는 소규모 뷰티 커뮤니티에서 사용됐던 것인데, 이제는 그 범위가 온라인 상거래 전 부문으로 넓어졌다. 업체들은 뉴미디어와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풀 심기 경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추천 제품을 단순히 소개 또는 공유만 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시대엔 모든 사물과 콘텐츠를 쭝차오할 수 있다”고 했다.
신소비 형태로 쭝차오 경제가 각광받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인민대학 딩잉 교수는 “소비자는 최고의 제품을 원하면서도 시간과 노력을 아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딩잉 교수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수동적인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참여자로 바뀌었다. 나아가 소비 경험까지 주도하고 싶어 한다. 쭝차오가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딩잉 교수는 쭝차오 경제가 특히 젊은층에서 두드러진다고 파악했다. 중신증권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5~2009년생의 64.3%가 쇼핑을 할 때 ‘쭝차오’를 활용했다. 에리컨설팅은 ‘패션리포트’에서 이 세대(1995~2009년생)를 ‘쭝차오 세대’라고 지칭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쭝차오’에 열광하는 젊은층은 이 방식이 일종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글을 나누고, 제품의 입소문을 전하고, 소비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신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20대 남성은 “쭝차오를 통해 정체성과 소속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추천한 상품을 다른 사람이 골라서 인정해주면 거기서 오는 만족감도 크다”고 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20대 샤오천은 “목표를 세웠다. 책과 패션을 추천하는 인플루언서를 동경해왔다. 나도 그들처럼 예리하고 스타일리시한 인플루언서가 될 것”이라면서 “쭝차오는 내 자아를 새롭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딩잉 교수는 “쭝차오로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은 방송 스타와는 달리 우리 일상에 더 가깝게 있는 친구와 같다.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쭝차오 경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허위 또는 광고성 쭝차오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편리함이라는 들판에 야만적인 잡초가 자라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주의 및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행 마니아인 유 씨는 올해 초 한 블로거가 소개한 음식점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봤다. 유 씨는 “‘수분이 많은 글’에 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글에 ‘수분이 많다’는 것은 업체로부터 비용을 받고 홍보용으로 작성됐다는 의미로 통한다. 유 씨는 “추천 받은 음식점 맛은 보통이고 가격은 비쌌다. 서빙은 형편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본 블로그엔 지나치게 미화돼 맛집으로 올라와 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여행 사이트엔 한 장의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한 유원지가 조성한 핑크빛 해변이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진을 보고 유원지를 찾았다. 하지만 핑크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갈색 모래밭에 거친 자갈들만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쭝차오에 속았다’고 했다. 중국청년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2%가 ‘쭝차오’에 당한 적이 있고, 61.7%는 ‘쭝차오’에 거짓정보가 많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감별력이 충분하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이 사소한 이익을 위해 부풀려서 마구 떠벌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쭝차오 글 뒤에는 전문적인 ‘대필팀’이 있다. 이들은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디테일이 풍부하고 선동력이 강한 문장을 고안해 낸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제품을 써보지도 않고, 업자가 제공한 사진과 글을 올려준 뒤 보수를 받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딩잉 교수는 “소비자에 대한 사기일 뿐 아니라 시장질서 파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대 법학원 부원장이자 전자상거래법연구센터 주임인 쉐쥔은 “인터넷은 치외법권이 아니다. 글쓴이의 실제 경험인지 여부를 소비자는 알아야 한다. 영리 목적으로 허위 쭝차오를 올린 것은 허위선전에 해당한다. 이는 전자상거래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광고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인터넷정보처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적으로 ‘조회수 조작·댓글알바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문가와 댓글 알바들이 작성한 허위 쭝차오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전자 ㄹ상거래 업체들도 적극 이에 협조했다. 샤오홍슈의 경우 쭝차오에 문제가 있는 81개 브랜드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또 허위로 판명 난 글 17만 건, 위반 계정 5만 3600건을 삭제 조치했다.
소비자들도 행동에 나섰다. 일부 누리꾼들은 ‘반쭝차오 모임’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사진, 블로거가 올린 제품 후기 등을 면밀히 분석해 홍보성인지를 판별해내는 일을 한다. 이들은 여러 블로거들이 짧은 시간 내에 같은 제품을 추천할 경우엔 광고성 쭝차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규제를 강화해서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체들과 소비자, 사적영역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쉐진은 “1차적으론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콘텐츠 선별 시스템을 강화해서 소비자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상업적 내용이 있는 쭝차오를 ‘광고’라고 제대로 표기하고 있는지 당국이 엄격히 봐야 한다. 이는 인터넷 광고 관리 방법에 규정돼 있다”고 했다.
베이징공상대학 상업경제연구소 소장 홍타오도 “허위선전 의혹을 받는 업체와 계정은 즉시 차단해야 한다. 또 업자와 조작에 가담한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딩잉 교수는 “쏟아지는 인터넷의 쭝차오를 당국이 모두 법으로 감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도 거짓 쭝차오를 발견하면 당국에 즉시 신고해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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