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뛴 선수 6명, 추신수 27억 2년 연속 연봉킹…SSG 평균 2억 7044만 반면 한화는 9052만원
KBO 선수 평균 연봉은 2020년 1억 4448만 원, 지난해 1억 2274만 원으로 2년 연속 하락세였다. 두 시즌 사이 고액 연봉 선수 여러 명이 은퇴하거나 해외에 진출하면서 리그를 떠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에 비해 평균 연봉이 3000만 원 가까이 뛰어오르면서 2019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KBO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들이 대형 자유계약(FA)에 성공했고, 비(非) FA 선수들의 다년 계약도 수차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억대 연봉 선수는 지난해 161명에서 올해 15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누가, 얼마나 많이 올랐나
SSG 랜더스 외야수 한유섬은 올해 연봉 24억 원을 받아 지난해(1억 8000만 원)보다 1233.3% 상승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는 그가 지난해 12월 SSG와 5년 총액 60억 원에 다년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연봉 상승액과 인상률 모두 KBO리그 역대 최고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전까지 역대 연봉 최고 인상액은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남긴 14억 원이었다. 2018년 두산 베어스에서 연봉 6억 원을 받은 양의지는 2019년 FA가 돼 NC로 이적하면서 계약 첫 해 연봉 20억 원을 손에 넣었다. 또 역대 최고 인상률은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하재훈이 입단 첫 해 구원왕에 오른 뒤 기록한 455.6%(2700만 원→1억 5000만 원)였다. 한유섬은 두 개의 연봉 기록을 모두 큰 폭으로 경신했다.
한유섬과 마찬가지로 비 FA 신분인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도 5년 총액 120억 원에 일찌감치 다년 계약을 하면서 역대 연봉 인상액과 인상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억 6000만 원을 받은 구자욱은 올해 연봉이 25억 원으로 올라 21억 4000만 원의 인상액과 594.4%의 인상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외에도 비 FA 최초 다년 계약 포문을 연 SSG 투수 박종훈(5년 총액 65억 원)과 문승원(5년 총액 55억 원) 역시 '역대급' 인상률을 기록했다. 박종훈은 지난해 연봉 3억 2000만 원에서 올해 18억 원으로 14억 800만 원(462.5%) 뛰었고, 문승원은 지난해 3억 원에서 올해 16억 원으로 13억 원(433.3%) 상승했다. 둘은 역대 연봉 인상액과 인상률에서 각각 3위와 6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올해 리그 전체 투수 연봉 순위에서도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스토브리그에는 무려 5명의 FA가 총액 기준 1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박건우(6년 100억 원·두산→NC), 김재환(4년 115억 원·두산 잔류), 김현수(4+2년 115억 원·LG 트윈스 잔류), 나성범(6년 150억 원·NC→KIA 타이거즈), 양현종(4년 103억 원·KIA 잔류)이다.
박건우는 연봉이 지난해 4억 8000만 원에서 올해 19억 원으로 14억 2000만 원 올라 역대 연봉 인상액 4위를 기록했다. 올해 연봉 20억 원을 받는 나성범도 지난해 7억 8000만 원에서 12억 2000만 원이 상승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연봉이 10억 원 이상 늘어난 선수는 한유섬, 구자욱, 박종훈, 박건우, 문승원, 나성범, 총 6명이다.
야구계는 비 FA 다년 계약자들의 연봉 상승폭이 유독 큰 이유로 '샐러리캡' 도입을 꼽는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선수단 연봉 총액을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샐러리캡을 시행한다. 구단 입장에선 내년에 FA가 되는 선수들과 한 발 먼저 다년 계약한 뒤 계약기간 연봉 총액의 상당 부분을 올해 수령분으로 몰아주면, '집토끼'를 단속하는 동시에 샐러리캡 부담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SSG와 미리 계약한 3명의 예비 FA 중 한유섬은 5년 연봉 총액의 절반에 가까운 42.9%를 올해 수령한다. 문승원과 박종훈도 각각 계약 첫 시즌인 올해 연봉이 5년 총액의 34%와 32.1%를 차지한다. 역대 비 FA 최대 규모로 5년 계약한 구자욱의 올해 연봉은 총액의 27.8%다.
#평균 연봉도 부익부 빈익빈
그 결과 SSG는 올해 구단 평균 연봉이 2억 7044만 원으로 10개 구단 중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리그 전체 평균 연봉보다 1억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1억 7421만 원에서 무려 55.2% 올라 인상률도 가장 높다.
NC가 평균 1억 8853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1억 4898만 원)보다 26.5% 상승했다. 3위는 평균 1억 8300만 원의 삼성 라이온즈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한 KT 위즈는 평균 연봉이 지난해 1억 711만 원에서 19.9% 오른 1억 2847만 원으로 집계돼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리빌딩에 한창인 지난해 최하위 팀 한화 이글스는 9052만 원으로 유일하게 평균 연봉 1억 원 미만을 기록한 팀이 됐다. 그 다음으로 적은 키움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평균 연봉이 감소했다. 키움의 2022년 평균 연봉은 지난해(1억 1563만 원)보다 9.9% 줄어든 1억 417만 원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 뚜렷해졌다. SSG의 평균 연봉은 한화와 키움 두 구단의 평균 연봉을 합친 액수보다 8000만 원가량 더 많다. SSG는 지난해에도 1억 7421만 원으로 전 구단 중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기록했지만, KBO 전체 평균 연봉인 1억 2273만 원보다 5000만 원 정도 많았다. 평균 연봉 최저였던 한화(7994만 원)와 격차도 9000만 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SSG의 평균 연봉이 한화의 3배 가까이 된다. 불과 1년 사이에 평균 연봉 1위 팀과 10위 팀의 간격이 훨씬 더 벌어진 셈이다.
전체적인 추세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리그 평균보다 높은 평균 연봉을 기록한 팀은 SSG, NC, 두산(1억 4540만 원), 삼성(1억 3138만 원), LG(1억 2898만 원), 5개 구단이었다. 이 5개 팀 소속 선수들의 평균 연봉 1억 4599만 원은 나머지 5개 구단 소속 선수 평균 연봉(9911만 원)의 1.47배 수준이었다.
올해는 리그 평균 연봉을 웃도는 구단이 SSG, NC, 삼성, 두산(1억 6572만 원), 4개 팀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4개 팀 소속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2억 294만 원으로 나머지 6개 구단 선수 평균 연봉(1억 2002만 원)보다 1.69배 높다. 선수 몸값이 평균을 웃도는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SSG는 평균 연봉이 지난해보다 55.2% 상승한 반면 키움은 9.9% 줄어 확연히 희비가 교차했다.
#추신수 또 연봉킹, 오승환 저력 여전
올해 KBO리그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는 40세 외야수 추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그는 지난해 SSG와 27억 원에 계약하면서 역대 KBO리그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은 27억 원에 재계약해 2년 연속 '연봉킹'에 올랐다. 추신수와 동갑인 삼성 오승환과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도 고액 연봉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에 태어난 이들은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추신수는 지난해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 홈런 21개, 69타점, 84득점, 2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60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령 20-20클럽(21홈런-25도루)에 가입했고, 구단 최초 한 시즌 100볼넷도 기록했다. SSG 구단은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추신수의 상징성과 존재감까지 높이 평가해 1년 더 27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지난해 11억 원을 받은 오승환은 연봉이 16억 원으로 5억 원 올라 전체 연봉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 중에선 다년 계약을 한 SSG 박종훈 다음으로 많다. 또 5억 원은 1년 계약을 한 삼성 선수 중 최고 인상액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44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면서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불혹이 된 지금도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대호는 동기생 세 명 중 생일이 가장 빨라 올해 KBO리그 공식 최고령 선수로 기록됐다. 그런데도 올해 8억 원을 받아 팀 내 연봉 2위에 올라 있다. 아직 은퇴 시점을 못박지 않은 추신수, 오승환과 달리 이대호는 올해가 현역 생활의 마지막 시즌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총액 26억 원에 FA 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대호는 이미 KBO리그 몸값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선수다. 2017년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롯데로 복귀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인 4년 150억 원에 사인했다. 올해 나성범이 KIA와 총액 150억 원에 FA 계약을 했지만, 계약 기간이 6년이라 연 평균 수령액은 이대호가 훨씬 많다. 프로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모든 걸 다 쏟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비 FA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한 삼성 구자욱은 올해 추신수 다음으로 많은 연봉 25억 원을 받게 돼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한유섬(24억 원), 나성범(20억 원), 박건우(19억 원), 박종훈(18억 원)이 잇는다. 10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들은 투수보다 타자에 집중돼 있다. 타자는 연봉 상위 10명이 모두 10억 원 넘게 받는다. 12억 원을 받는 두산 허경민과 SSG 최정이 공동 9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반면 투수는 10억 원의 양현종(KIA)이 4위다. 공동 5위 백정현(삼성)과 정우람(한화·이상 8억 원)까지만 5억 원을 넘고, 7위 이용찬(NC·4억 원), 공동 8위 최원준(두산)과 조상우(키움·이상 3억 4000만 원)는 5억 원 미만이다. 투수 연봉 톱10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키움 최원태는 3억 1000만 원을 받아 허경민·최정보다 8억 9000만 원이 적다.
#이정후, 연차 최고연봉 '도장깨기'
키움 이정후는 역대 KBO리그의 그 어느 선수보다 연봉 상승세가 가파르다. 6년 차가 된 올해 7억 50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했다. 류현진(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2011년 한화에서 기록했던 종전 6년 차 최고 연봉(4억 원)보다 3억 5000만 원이나 많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60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면서 '세계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그의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가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타격왕(타율 0.393)에 오른 뒤 27년 만에 아들 이정후가 새 이정표를 세웠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정상 타자로 자리매김한 시즌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루율 3위(0.438)와 장타율 4위(0.522)도 상위권이었고,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평가하는 조정 득점 창출력(wRC+)은 165.8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프로 5시즌 통산 성적이 타율 0.341, 출루율 0.404에 이른다.
그 결과 이정후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연차별 최고 연봉을 경신하고 있다. 2017년 기본 연봉 2700만 원으로 출발한 뒤 '2018년 1억 1000만 원→2019년 2억 3000만 원→2020년 3억 9000만 원→지난해 5억 5000만 원'으로 꾸준히 연봉을 올렸다. 4년 차에 받은 3억 9000만 원으로 팀 선배였던 김하성(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5년 차 최고 연봉 기록(3억 2000만 원)을 이미 깼을 정도다. 6년 차인 올해 받은 연봉 역시 김하성이 갖고 있는 역대 7년 차 최고 연봉(5억 5000만 원)을 2억 원이나 넘어선 기록이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시즌엔 7년 차 최고 연봉 기록까지 예약해 놓은 셈이다.
다만 이정후가 그 후에도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을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그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 7시즌을 채워 해외 진출 가능 자격을 얻는다. 많은 야구 관계자가 그의 메이저리그(MLB)행을 점치고 있다. 이정후 역시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 형을 보면서 MLB 도전에 대한 꿈이 생겼다"며 일찌감치 해외 진출 의지를 공개한 상태다.
물론 이정후가 한국에 남아 8번째 시즌을 치른다면 연차별 연봉 기록 행진은 식은 죽 먹기로 이어갈 수 있다. 역대 8년차 최고 연봉은 2019년 나성범이 NC에서 받은 5억 5000만 원이다. 이정후는 이미 그 금액도 넘어섰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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