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완전히 달라진 ‘승부사’ 데뷔 이후 최고 기량…부산에서는 막강한 선두력 ‘맨오브더이어’ 완승
#서울
서울에서는 스포츠서울배(L)라는 타이틀로 열렸다. 내로라하는 국내산 3세 강자, 수말 7두와 암말 3두 총 10두가 출전한 가운데 압도적인 선두력을 발휘한 승부사(국2·수)가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브리더스컵을 포함해 5전 전승을 거둔 ‘2세마 챔프’ 컴플리트밸류, 3위는 문세영이 젖 먹던 힘을 다한 아스펜태양이었다.
3번 질주에바다, 6번 천리총을 제외한 모든 마필이 좋은 출발을 한 가운데, 4번 피엔에스럭키, 5번 아스펜태양, 8번 승부사가 빠르게 선두권을 형성하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약 150m 지점에서 승부사가 갑자기 탁월한 스피드를 과시하며 단독선행에 나섰다. 그 뒤를 피엔에스럭키와 아스펜태양이 따랐다. 강력한 우승 후보 컴플리트밸류는 그 뒤 네 번째로 레이스를 펼쳤다.
앞선의 페이스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뒤에서 움직이는(무빙)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쫓아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3, 4코너를 지나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되었다.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선 승부사는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끝까지 탄력적인 걸음을 이어갔다. 담당 조교사 정호익은 2009년 럭키마운틴 이후 무려 13년 만에 감격적인 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사는 1분 26초 9의 빠른 기록을 작성했고 내용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 초반 200m를 13초 3으로 상당히 빨리 끊었고 이후에도 11초 3, 11초 9, 12초 5라는 엄청난 스피드를 발휘했다. 그럼에도 막판 200m를 13초 4로 통과했다는 것은 대단히 뛰어난 기록이다. 초반과 중반에 상당히 무리한 레이스를 펼쳤음에도 막판까지 끈기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전 경주에서도 좋은 능력을 보이긴 했지만 이번 경주만큼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번 스포츠서울배가 데뷔 이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경주로 평가된다. 나이 어린 마필이라 하루가 다르게 걸음이 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단승식 1.6배를 기록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컴플리트밸류(국2·수)가 2위에 그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훈련 때부터 직전보다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줬다. 작년 12월 브리더스컵 우승 이후 근육통과 피부병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고, 출전 주기도 무려 3개월이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는 분명히 존재했다.
또 한 가지는 승부사의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이전 루키스테익스 특별경주에서 컴플리트밸류에게 4.5마신 차로 완패한 그 ‘승부사’가 아닌 완전히 달라진 ‘승부사’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은 여전히 컴플리트밸류가 앞서 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님에도 2위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펼쳐질 삼관 대상경주는 1600m, 1800m, 2000m로 경주 거리가 길다. 정상적인 컨디션만 되찾는다면 선행 일변의 승부사보다는 선입형의 컴플리트밸류가 좀 더 유리하다고 본다.
3위를 기록한 아스펜태양은 후회 없는 경주를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현재 능력상 3위권이 맞다. 훈련 과정도 좋았고,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했으며, 선입 전개로 최선을 다했다. 마방 관계자들은 서운하겠지만 3위라는 성적을 냉정히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싶다.
4위를 기록한 별의순간(국4·수)은 막판 좋은 추입력을 발휘하며 컴플리트밸류와 2마신 차라는 크지 않은 격차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으로 변수가 될 수 있는 마필로 보인다.
브리더스컵에서 컴플리트밸류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던 더블에지(국4·수)는 직전 경주에서 단승식 1.6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 컨디션 난조로 3위에 그쳤다. 이번에도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채 5위에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삼관 경주에서는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좋은 혈통과 체격 조건을 타고난 데다 근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제 컨디션만 찾는다면 충분히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
#부산
경남신문배(L) 타이틀로 치러진 부산에서는 막강한 선두력과 끈기를 발휘한 다실바의 맨오브더이어(국4·수)가 완승을 거뒀다. 담당 조교사 김병학은 2004년 조교사 개업 이후 무려 18년 만에 꿈에 그리던 대상경주 첫 우승을 기록했다. 2위는 직전 경주에서 걸음이 터진 캡틴양키, 3위는 페로비치가 전력을 다한 범이내려온다가 차지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7번 맨오브더이어와 6번 캡틴양키가 쾌조의 스타트로 선두에 나섰고, 2번 대지초이스와 5번 레전드넘버원이 2선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200m 지점에서 레전드넘버원이 스피드를 발휘하며 근소하게 선행에 나섰다. 바로 옆에서 맨오브더이어와 캡틴양키가 반 마신 차로 따라갔다. 그 뒤를 페로비치의 범이내려온다가 외곽에 자리 잡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4코너 부근에서는 범이내려온다가 서둘러 선두권에 가세하며 네 마필이 일렬횡대로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가장 안쪽의 레전드넘버원이 힘에 부친 듯 제일 먼저 뒤로 처졌다. 세 마필의 싸움으로 압축되었다. 결승선 전방 350m부터 맨오브더이어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치고 나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막판 2위 싸움에서는 캡틴양키가 승리했다.
맨오브더이어의 우승은 완벽한 낙승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현재 부산 3세마 중에서는 단연 최강자라는 뜻이다. 가장 바깥쪽 게이트의 불리함이 있었고 또한 시종일관 외곽을 돌면서 거리 손실을 봤음에도 막판에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다. 현재 어떤 마필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증명했다.
브리더스컵에서는 인기 2위를 기록하고 5위에 그치며 실망을 안겼지만 이번 경주에서는 보란 듯이 설욕전을 펼치며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위너스타, 영광의레전드, 화랑베스트 등 기존 3세마 강자들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보여준 능력으로 볼 때 부산에서는 최강자가 확실해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삼관 경주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500kg대의 좋은 체구와 혈통을 타고났으며 거리 적성도 길기 때문에 장거리에서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2위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인기 5위)을 펼친 캡틴양키는 어느 정도 선전이 예측된 마필이다. ‘복기로 본 관심마’에서 소개했듯이 직전 경주에서 ‘완벽한 전력향상’을 보이며 걸음이 터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변으로 받아들이겠지만, 필자를 비롯한 일요신문 독자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3위를 기록한 범이내려온다는 최고 기수 페로비치가 전력을 다하고 3위에 그쳤기 때문에 능력상 역부족이라고 본다. 사실 이번 경주에서도 능력에 비해 과한 인기를 모았다. 맨오브더이어가 단승식 2.7배인데, 범이내려온다가 5.1배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분명히 능력 차이가 많이 났음에도 ‘페로비치’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과도한 인기를 모은 것이 틀림없다. 결국 두 마필의 차이는 무려 7마신이었다. 막판에 우승을 확신한 맨오브더이어가 잡고 왔음에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에서는 2위를 기록한 컴플리트밸류, 부산에서는 우승마 맨오브더이어가 앞으로 있을 삼관마 경주에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마필로 예측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
서울 챔프냐 부산 신성이냐…YTN배 대상경주 미리보기
온라인 기사 ( 2022.05.17 14:57 )
-
[복기로 본 관심마] '프린세스삭스' 단독 선행 성공했더라면…
온라인 기사 ( 2022.05.10 14:45 )
-
[복기로 본 관심마] 끝까지 근성 발휘 '샤카' 안쪽 게이트였더라면…
온라인 기사 ( 2022.05.31 1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