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사진 찍을 때 V도 안했는데…’ 특정 후보 지지 오해받고 욕설 DM에 악플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타들의 사전투표 및 본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오면서 각자의 지지 성향이 점쳐졌다. 붉은색 마스크와 슬리퍼를 신고 사전투표장에 나타난 뒤 인스타그램에는 '브이' 자 투표 인증샷을 올린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국민의힘을, 파란색 후드티와 모자를 쓴 채 같은 색의 표지판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은 가수 핫펠트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각 정당의 대표 컬러 착장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었기에, 사실상 간접적으로 지지 성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게 대중들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김희철의 인스타그램에는 "애국보수 희철형님 응원합니다"라는 보수성향 네티즌들의 응원글이, 핫펠트의 인스타그램에는 파란색 하트 이모티콘이 찍힌 주로 여성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번 연예인'과 '2번 연예인'의 리스트가 돌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과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사 사진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스타들의 인증 사진에서 찾은 파란색과 빨간색 아이템, 1번 또는 2번을 암시하는 글귀 등으로 짐작한 근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삽시간에 퍼져 나가면서 각 지지층이 반대 진영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을 공격하는 계기가 됐다.
핫펠트의 경우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파란색 장미 사진을 함께 올렸다. 또 투표 당일에도 파란색 표지판 앞에서 같은 색의 후드와 모자를 착용한 채 인증 사진을 찍어 게시했다. 평소 페미니즘에 대한 소신을 밝혀 오며 주로 젊은 남성들의 공격 대상이 돼 왔던 그는 이 사진으로 "민주당 지지자"라며 상대 지지층으로부터 도가 지나친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3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일부 남성들이 핫펠트를 비웃고 모욕하는 DM(쪽지)을 보냈고, 핫펠트는 이 가운데 몇 개를 추려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윤석열 당선. 방송에서 보니까 폐인몰골 하더만" "응 윤카(윤석열) 당선. 아무리 발악해봐~" "져서 어떡해 너희 때문에 내가 투표를 하러 갔어. 수고" "요즘 한물간 외모 딸리는 여자 연예인들이 페미(페미니스트) 하던데" "우냐?" "너 때문에 (윤석열이) 이겼어. 고마워" 등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핫펠트는 "내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 여성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끝없이 괴롭히며 자기만족을 얻는 이런 인간들 때문이죠^^"라는 글과 함께 해당 악플러들의 계정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실명 계정으로 악플을 보낸 것이 알려지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핫펠트에게 직접 사과문을 보냈다.
'파란색'을 인증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빨간색' 또는 '2번'을 사용했다가 반대 지지층으로부터 공격 당한 이들도 있었다. 걸그룹 EXID의 전 멤버이자 배우인 안희연(하니)은 3월 9일 기표 도장이 찍힌 손등 사진을 올린 뒤 "참 어렵던 이번"이라는 글을 적었다가 논란이 일었다. '이번'이 '2번'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비난이 이어지자 다시 '투표'라는 말을 덧붙였으나 논란이 지속되면서 결국 해당 글을 삭제했다.
몬스타엑스 민혁은 팬카페에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몰렸다가 팬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평소 파란색 하트를 자주 써왔으나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이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지지 표시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민혁은 팬카페를 통해 "쓸데없는 데 의미 부여하지 말라. 시간 낭비다. 그냥 마음 그대로 봐달라"라며 "아이돌이라 정치 얘기 안한다고 몇 번 얘기했는데 저랑 묶지 말아 달라. 아무 생각 없고 소신 있더라도 절대 밖으로 얘기 안 한다"고 말했다.
SF9 다원(본명 이상혁) 역시 대선 개표가 이뤄지고 있던 3월 9일경 프라이빗 메신저 아이디가 '2상혁'이라고 바뀌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팬들 사이에서 해명 요구가 빗발쳤다. 이후 아이디를 다시 '닉네임 이상혁이 안돼서'로 바꾸며 간접적인 해명에 나섰으나, 그를 지적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때와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해 경솔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엔터테인먼트사, 특히 아이돌 소속사에서는 선거일마다 아이돌 교육에 나선다. 인증샷을 위해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초보적인 실수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지지 성향으로 책잡힐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홍보팀 관계자는 "요즘은 아이돌들이 더 이런 문제에 민감해서 굉장히 조심한다. 선거일을 앞두고는 며칠간 공식석상에서 사진 찍힐 때 '브이'도 하지 않을 정도인데 대놓고 티를 낼 일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팬들도 대중도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걸 알지만 조심해도 오해를 산다면 그 해명에 조금 더 이해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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