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시즈닝, 2년째 아마존 칠리 파우더 부문 1위…대기업과의 합종연횡으로 외연 확장
#방송 출연 후 대기업 러브콜 쏟아져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김치시즈닝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이를 토대로 2018~2019년에는 제품 개발에 착수해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2019년 9월 시제품은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SIAL INDIA’에서 혁신상 은상을 수상했다. 2020년 3월 시제품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시범 판매했고, 3개월 뒤 본격 입점해 칠리 파우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부문 정상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2020년 11월 비건 인증을 취득했다. 김치시즈닝은 100% 식물성원료, 김치유산균 180억 마리, 0칼로리(kcal), 로우 글루텐, Non-GMO 등이 특징이다.
푸드컬쳐랩은 특이하게도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끈 후 방송을 통해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2020년 12월 9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월드클래스 특집 2탄을 맞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물들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자사 브랜드 서울시스터즈와 직접 연구개발(R&D)을 통해 내놓은 첫 제품 김치시즈닝 등에 이야기를 풀어냈다.
방송 이후 국내 유통, 식음료(F&B) 대기업들은 푸드컬쳐랩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이 가장 먼저 연락해 ‘서울시스터즈 김치시즈닝’ 팝업 스토어를 명동,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그룹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서울시스터즈 제품을 매대 전면에 배치됐다. 이마트는 전단지 등을 통해 무료 광고까지 해줬다. 이후 자연스럽게 SSG닷컴에 제품을 입점시켰고, 올해 이마트24는 서울시스터즈의 고추장핫소스를 활용한 도시락, 김밥, 주먹밥, 햄버거, 냉장라면을 출시한다.
안태양 대표는 “백화점 팝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 담당 MD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줬다”며 “이후 순차적으로 이마트, SSG닷컴, 이마트24 등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신세계그룹 덕분에 방송 이후 고객을 빠르게 만날 수 있었고 홍보 효과를 크게 봤다. 특히 대기업임에도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서 지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푸드컬쳐랩은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푸드컬쳐랩은 지난해 5월 선보인 MSG 없는 순식물성 ‘서울시스터즈 고추장 핫소스’를 포함해 창업 이후 약 5년 동안 단 2개의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식품 제조는 많은 절차와 비용, 시간 등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로부터 협업을 제안받았다. 서울시스터즈는 편의점 위탁생산(OEM) 덕분에 짧은 기간 내에 취급 품목수(SKU)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김치아몬드, 김치바삭김, 김치볶음밥, 김치큐브닭, 김치우동 등이 이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제품이다.
안태양 대표는 “처음엔 아몬드 하나만 만들려고 했는데, BGF리테일이 서울시스터즈 패키지를 만들자고 역제안을 해줬다. 국내 제조사의 생산능력은 한정돼 있다. 스타트업 제품을 보통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BGF리테일이 준 기회를 정말 잡고 싶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공장에서도 그 시간 안에 못 만든다고 했지만, 직접 찾아가서 사정하며 설득했다. 한 달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제품을 기획·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스터즈 패키지는 CU 전국 매장에서 판매됐고,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는데 BGF리테일은 공격적으로 서울시스터즈를 홍보해줬다”고 덧붙였다.
푸드컬쳐랩은 현재 CJ CGV,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CJ 올리브영, 배달의민족 B마트, 쿠팡, GS25, 카카오, 위메프, 펀샵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아마존을 보고서 전 세계 수입·수출 기업이 연락해왔다. 일본, 중국, 베트남뿐만 아니라 두바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국가에서도 김치시즈닝을 수입하고 싶다며 제안서를 보내왔다.
#떡볶이 프렌차이즈에서 F&B 기업으로 탈바꿈
푸드컬쳐랩이 F&B 회사로 거듭나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안태양 대표는 500만 원으로 필리핀 야시장에 떡볶이 가게 ‘서울시스터즈’를 창업했다. 당시 안 대표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시작은 좋았다. 사업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2011년 8호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다. 외부에선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봤지만, 내부는 곪을 대로 곪아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창업으로 첫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의지는 충분했지만 회사 경영에 필요한 회계·인사·목표 설정 등에 대해서 잘 몰랐다.
안태양 대표는 “그냥 무작정 힘과 체력으로 버텼다. 목표 설정도 없이 가게를 확장하며 떡볶이만 팔았다. 임직원 모두 가야 할 길이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고, 동업자인 친동생과의 갈등도 수차례 발생했다”며 “직원들은 계속 퇴사했고, 사업은 확장해나가는 데 버는 돈이 없었다. 회계가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2013년 3월 중국 화교계 회사인 GNP트레이딩이 서울시스터즈를 인수했다. 당시 조지 노콤 푸아 회장이 직접 안태양 대표를 세 번이나 찾아가 설득한 결과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안 대표는 동생과 함께 회사를 매각한 후 GNP트레이딩에 입사해서 경영 교육을 받았다. 안 대표는 신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K펍 비비큐’와 ‘오빠 치킨’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창업의 꿈을 키웠다. 이를 위해 휴가 때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했고, 시장 상황을 체크하면서 아이템을 구상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국으로 입국해 중앙대학교 글로벌 프랜차이즈 수업을 들은 적도 있다. 당시 세계 1위 도시락회사인 스노우폭스를 이끄는 김승호 회장이 강단에 섰다.
안태양 대표는 “첫 창업과 달리 시스템이 부재한 회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 GNP트레이딩에서 식품 제조, 수입·수출 등의 과정을 충분히 배우고 습득했다. BGF리테일과 해외 수출 회사로부터 제안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며 “한국의 김치, 고추장을 경쟁력 있는 비건 제품으로 출시했다. 미국의 타바스코(Tabasco), 태국식 스리라차를 뛰어넘는 K-푸드로 자리를 잡고 싶다. 미국 메인 거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월마트 등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교 경영자로부터 배웠기에 동생과 동업 계약서를 작성해 ‘자매의 난’ 발생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K-푸드의 확산을 위한 정부의 지원에 말할 때는 안태양 대표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안태양 대표는 “서울시스터즈는 이미 있던 제품이 아닌 ‘김치시즈닝’, ‘고추장 핫소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발굴해 K-푸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그런데 식품 회사가 제조사에 대한 지분만 투자하고, 직접 공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기획·개발을 잘하는 스타트업에 무리해서 제조업까지 하라고 하면 기존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반면 화장품은 OEM을 통해 생산하고 공장을 안 갖고 있어도 지원해준다. 역차별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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