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서로 상대에게 칼끝 겨눈 특검안 내놔…당선인 측 지방선거 변수 우려 일단 속도 늦추기
워낙 입장 차이도 큰 상황인 데다, 국회 다수당이 아닌 국민의힘은 특검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선 전 토론회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모두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그럼 특검에 동의하라”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윤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꿰고 있는 검찰을 동원한 수사는 ‘원하는 대로’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변수는 여론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20대 대통령 취임일은 5월 10일이다. 그리고 20여 일 후인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검찰 인사를 통해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우려를 확산시킬 수 있다. 지방선거 등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검 및 수사 필요성을 놓고 여당과 야당 모두 군불때기만 하고 있는 이유다.
#‘이재명’ 거론 안한 민주당 특검안
이재명 후보는 경선 때부터 “특검을 원한다, 특검을 피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전인 3월 3일 제출한 상설특검법을 통한 특검 요구안을 보면 드러난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사 시절 대장동 관련 불법 대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 수사 의혹을 규명하자는 의미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봐주기 수사를 한 덕분에 대장동 개발의 종잣돈이 마련됐다는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14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장동 특검과 관련 “야당의 주장을 검토는 하겠지만 저희가 내놓은 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희가 내놓은 특검안이 이미 중립적인 안이다. 법사위에서 세심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다수는 민주당의 특검안을 중립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당의 특검안에는 제안 이유 등에서 윤석열의 이름이 5번 넘게 등장하는 동안, 이재명 후보의 이름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다.
아예 제안 이유는 “윤석열 후보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 주체 등이 범한 불법대출·배임·횡령 등 각종 불법행위를 인지하였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각종 청탁 등으로 인해 특혜를 제공하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으로 시작된다. ‘대장동 의혹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지점을 강조하려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담겨있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부터 큰 차이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에도 국회를 통한 특검을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유리한 구조’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이뤄질 특검법안 논의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나 규모, 일정과 특검을 이끌 법조인 선정 등을 주도할 수 있다.
민주당의 안에 따르면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2명씩 추천한 4명과,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등 7명이 추천한다. 이 추천위에서 특별검사 후보로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한다. 여당의 입맛에 맞는 특검 임명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전 마지막 치러진 TV토론에서 “특검에 동의하시냐”는 이재명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고개를 돌리며 답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2021년 9월, 명칭부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명시한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상세한 내용을 보면 ‘민주당에 끌려가지 않기 위한 구조’가 눈에 띈다.
국회가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후보군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한 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상설 특검이 아니라 일반 특검 방식인데, 이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종엽 현 대한변협 회장을 고려한 제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경선 과정 내내 “특검을 하자”고 여당과 야당 모두 얘기했지만, 대선 후에도 전혀 진전이 없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특검의 가장 큰 쟁점은 누가 수사를 하냐, 수사 범위는 어디까지냐다”라며 “특검은 항상 그 두 가지를 놓고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시작부터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진실규명이란 단어, 봄 내내 언급될 것”
검찰을 동원한 대장동 의혹 수사도 여전히 유효하다.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고 나면, 검찰 인사를 통해 친문 성향 검사들이 좌천되고 친윤 성향 검사들이 득세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수통 출신의 검사장들을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등 요직에 앉히고, 검찰 수사력을 동원해 대장동 의혹뿐만 아니라 권순일 전 대법관 재판 거래 의혹까지 파헤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윤 당선인 주변 법조인들의 만류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윤 당선인을 잘 아는 법조인은 “대선 전부터, 검사들을 캠프에 최소화해야 하고 당선이 되더라도 검찰과 사정라인을 동원해 수사를 하는 방식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조언을 나 말고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선된 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나 경고는 여럿이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인수위가 꾸려진 직후인 3월 10일 기자들의 ‘대장동 의혹 처리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장동 이야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시스템에 의해서 갈 문제”라고 답했다. 검찰 혹은 특검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되, ‘속도를 붙이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윤석열 캠프 소속 법조인은 “국민의힘이 특검을 하려면, 취임하고 20여 일 뒤에 치러지는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나 가능하고 그마저도 선거 결과에 따른 민심과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 검찰 수사 역시 취임 일정과 인사까지 감안하면 그 후에나 가능하다”며 “거꾸로 민주당은 그 전에 특검을 통과시키고 싶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 때문에 강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특검이나 대장동 의혹 진실규명이라는 단어는 3~5월 내내 계속 언급은 되지만 막상 현실화되는 지점은 없는 여야의 동상이몽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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