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에 ‘수면령’ 발동, 서비스업 종사자 최악…24시간 헬스장 말똥말똥 시민들로 불야성
중국수면연구회는 3월 17일 ‘2022 중국건강수면 백서’를 발간했다. 설문 응답자 중 75%가량이 잠을 자는데 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심각’ 단계인 수면곤란(최근 3개월간 일주일에 3일 이상 수면장애 발생)은 12%였다. 일주일 이상 1일 발생은 60%였다. 수면곤란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백서에 따르면 19~35세의 수면 질이 가장 나빴다. 44%가 자정 이전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5명 중 1명은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잠들지 못한 이유로는 휴대전화 사용과 스트레스가 선두권을 다퉜다. ‘스트레스’는 모든 연령대에서 불면증 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초중고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각각 7.65시간, 7.48시간, 6.5시간이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권장 수면시간보다 적다. 학생들의 잠 부족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지난해 3월 교육부는 ‘수면령’을 발동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은 각각 10시간, 9시간, 8시간을 자야 한다. 하지만 수면령은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별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수면 상태가 최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폭증한 배달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간 배달로 인해 잠을 늦게 또는 불규칙적으로 자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 직원 3명 중 2명은 자신의 수면 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의료계 종사자의 49%는 하루 6시간 미만을 잔다고 답해, 이들 역시 잠이 부족했다. 반면, 창업자들은 57%가 ‘잠을 푹 잔다’고 해 이 문항에서 가장 높았다.
지역 별로는 도시의 급이 올라갈수록 취침 시간이 늦었고, 이에 비례해 수면 시간도 짧았다. 중국에서는 공식 행정 구역은 아니지만 부동산 및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도시를 1~5선까지 나눈다. 1선 도시민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6.94시간이었다. 3선 및 그 이하 도시는 7.15시간으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1선 도시보다 길었다. 높은 급의 도시민일수록 잠을 설쳤다고 느끼는 비율도 많았다.
성별로는 큰 특성이 없었다. 수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29%로 동일했다.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한 남성은 26%, 여자 27.3%로 비슷했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취침 시간은 4분 차이에 불과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조금 늦게 잠들었고, 여성은 남성보다 25분 정도 먼저 일어났다. 6시간 이상 잔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73.80%, 여성 77.10%였다.
단, 전업 주부들의 수면 질은 우려된다. 주부 3명 중 1명은 수면 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 27.3%보다 높은 수치다. 주부들은 ‘잠을 자다가 쉽게 깬다’는 고민이 많았다. 몽유병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비율도 다른 계층, 연령 등에 비해 많았다. 이들의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가족 돌봄, 살림살이, 자녀들의 학업 등 역시 ‘스트레스’였다.
이처럼 수면 문제가 당면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오히려 이로 인해 호황을 맞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클럽이다. 대도시, 그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피트니스클럽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도시와 젊은 층은 앞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응답이 높았던 지역과 세대다.
베이징에서 24시간 불이 환하게 밝혀진 피트니스클럽은 이제 흔하다. 그런데 단지 문만 연 게 아니다. 새벽 내내 비어 있는 러닝머신은 찾기 어렵다. 베이징에서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새벽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늦게 일이 끝나는 서비스직이나 직장인, 다이어트를 하려는 젊은이들, 불면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내에게 쫓겨난 남편들”이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슝민은 “새벽 1시까지 운동을 한 뒤 2시경 잠들어 5시에 일어나 출근한다. 3시간밖에 자지 않지만 만족한다. 그전엔 업무 스트레스로 온몸에 병을 얻었다. 살도 쪘다. 도시에서 살기 위해선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달리기를 택했다. 이젠 달리기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슝민이 다니는 피트니스클럽은 ‘24시간 헬스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창립한 지 5년 만에 매장 수가 800개에 육박했다. 이 중 1선 도시 베이징에만 141개가 있다. 이 피트니스클럽 집계에 따르면 전체 이용객의 10%가 22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운동을 했다.
운동의학계에선 늦은 시간 운동하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상하이 체육학원 진허시허 교수는 “질 좋은 수면은 건강 개선에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23시부터 새벽 1시엔 자는 게 수면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시간 운동하는 것은 권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한 피트니스 전문가는 “스트레스, 바쁜 일, 잦은 야근, 외모에 대한 욕구 등으로 피트니스클럽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이들에게 운동은 수면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심야 피트니스에 열광하는 이들은 계속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 전업 주부도 “22시에 개인 피트니스를 받는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남편을 돌보고 힘들지만 피트니스클럽에 들어오면 기운이 난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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