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직후 리얼미터가 당선인에 대한 국정 수행 기대감을 물은 결과를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79.3%, 박근혜 전 대통령은 64.4%, 문재인 대통령은 74.8%였다.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 윤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이 부분은 윤 당선인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또 있다.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소수파 정권인데, 거기다가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퇴장할 정권’은 착각하면 안 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77.1%의 투표율 속에 득표율 48.56%를 기록했는데, 이를 전체 유권자 대비로 환산하면, 37.43%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77.2%의 투표율 속에서 41.08%를 득표했는데, 이는 전체 유권자의 31.7%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대비 39.07%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30.66%의 지지를 받았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대비 34.63%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고,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2.49%의 지지를 얻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4.37%의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체 유권자 대비 획득한 득표 비율로 따지면, 윤석열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또한 윤 당선인이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분명 낮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적 기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윤 당선인은 소수파 정권임은 분명하지만, 대선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국민의 지지로 당선됐으며 현재의 기대치로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여권은 윤 당선인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착각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의 갈등 때문이다. 과거에도 등장할 권력과 퇴장할 권력 사이 갈등은 항상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두 사람이 회동 약속을 잡고서도 이를 연기했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배석자 없는 단독 회동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점이다. 퇴장할 권력과 등장할 권력의 만남은 사적 만남이 아니고, 역사에 반드시 기록돼야 할 공적이고 역사적인 회동이기 때문이다. 배석자 없이 만난다는 것은,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밀실의 만남’이라고 할 때, 두 사람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회동 불발 이유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의 장들을 임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여기서 지적할 점이 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라면 누가 임명하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관장 임명은 현재 대통령이 가진 권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아닌 ‘자신의 사람’을 기관장에 임명하려 한다면,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권한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인물을 임명할지가 더 중요하고, 이런 임명권 행사에 차기 권력의 입장을 반영해 주는 것도 모양새가 좋을 듯싶다. 이제는 퇴장하는 정권과 등장하는 정권 사이의 갈등은 그만 봤으면 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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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