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특별위 수장 모두 진보진영 경력 눈길…국민통합 기대 속 TK 세력과 화합 여부 관전 포인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3개 특별위원회를 뒀다. 국민통합 특별위원회와 코로나비상대응 특별위원회,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3개 특별위원회 수장 면면을 살펴보면 윤석열 인수위 색깔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 윤 당선인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국민통합’을 담당할 특별위원장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맡았다.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코로나비상대응 특별위원장을 겸직한다. 안 위원장은 김 전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초대 공동대표를 함께 역임한 인연이 있다.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맡는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직을 수행하며 대표적인 친노 핵심 인사였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후반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부터 보수진영 인사로 분류됐다.
윤석열 당선인이 권력을 이양 받는 과정에서 주축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 세 명 모두 진보 진영 주축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선대위 핵심 관계자였던 정치권 인사는 “윤 당선인이 진영논리보다 국민통합에 초점을 맞추는 권력 이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정치적 시야를 넓히는 일환으로 인수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을 선임한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월 3일 대선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때부터 ‘윤석열 당선 시 안철수 역할론’에 대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안 위원장은 3월 9일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권력 이양 작업 총괄 책임자로 자리하게 됐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윤석열 선대위가 출범할 당시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신지예 영입 논란’ 이후인 1월 3일 직을 내려놨다. 김 전 대표는 새시대준비위원장을 사퇴한 이후 물밑에서 윤 당선인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각종 조언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계에선 안 위원장과 김 전 대표 인연이 관심을 모은다. 모두 ‘새정치’라는 키워드로 의기투합해 진보진영을 거쳐 중도 제3지대, 보수진영까지 다이내믹한 정치 일주를 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안 위원장은 2011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타이틀을 달았다. 이 당시 함께 공동대표 직을 맡은 인물이 바로 김 전 대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 사태를 맞은 뒤로 안 위원장과 김 전 대표는 제3지대로 ‘새정치 깃발’을 옮겼다. 둘은 국민의당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제3지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1기는 2018년 2월 13일 바른미래당으로 신설합당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바른미래당 신설합당 이후인 2020년엔 안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다시 한 번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김 전 대표는 호남계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생당 계열로 분류됐다.
진보와 제3지대를 거친 두 인물은 2022년 보수진영 핵심에서 다시 만났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각자 주요 임무를 맡게 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철수가 끌고 김한길이 미는 인수위원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진영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사를 중용하면서 헌정 사상 처음 있는 ‘5년 주기 정권교체’ 연착륙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이다.
안철수-김한길 카드를 전면에 띄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조직도 곳곳엔 ‘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 이력을 가진 인물이 눈에 띈다. 인수위원회 7개 분과 간사 및 위원은 총 23명이다. 그 가운데 현역 의원은 6명이다.
기획조정분과 간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기획조정분과 위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회복지문화분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인수위원회에 합류했다.
눈에 띄는 이름은 이용호 의원과 이태규 의원이다. 이용호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줄곧 민주당 계열에서 활동하다 2016년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 신분이던 그는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이태규 의원은 안철수 위원장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비례대표로만 재선한 이태규 의원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뒤부터 안철수계 좌장 역할을 해왔다. 국민의당 사무총장 직을 수행하며 야권단일화 협상 실무 책임자였던 이태규 의원은 인수위원회에 합류하게 됐다.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도 안철수계 인사가 등용됐다. 물리학자 출신 신용현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신 전 의원은 야권단일화 이전 안철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밖에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화가 성사된 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합류한 ‘안철수 최측근’ 김도식 전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도 사회복지문화 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과학기술교육 분과 위원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경제2분과 위원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사회복지문화 분과 위원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도 ‘안철수 추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제3지대 정계개편 추진 세력이 진보와 중도를 거쳐 보수진영에 합류한 뒤 국정 운영에 본격 참여하는 상황과 관련해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가 좌충우돌 끝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보수정당이 정권교체를 이룬 가운데 제3지대 출신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인수위에 다수 합류한 것은 향후 정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양극단에 무게추가 실려 있는 극단적 양당제가 제3지대 출신 정치인들의 국정 참여를 통해 온건한 양당제로 탈바꿈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온건한 양당제로 정치 판도가 바뀌는 것이 이른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단, 인수위에 합류한 인원수와 별개로 제3지대 출신 중도 세력이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집권 여당이 될 국민의힘을 보수정당에서 중도보수정당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굴러온 돌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김한길 세력이 기존 TK(대구·경북) 세력과 화합을 이뤄내는 것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그들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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