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차출설 있지만 회의론 만만찮아…안·김 모두 당외 인사로 현실화까지 난관 적잖아
경기도지사는 이번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재명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거대 양당 모두 경기지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대선 승리로 고무된 국민의힘은 경기지사까지 탈환해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이긴 바 있다. 경기도 인구는 1356만여 명으로 서울(950만여 명)보다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사직 사수를 위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선 직전까지 도정을 책임졌고, 도민들의 평가 역시 좋았다. 이번 대선 득표율에서도 서울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고문에 4.83%포인트(p) 앞섰지만, 경기도에서는 반대로 이 고문이 윤 당선인에 5.32%p(46만여 표) 더 표를 얻었다.
사활을 건 대결인 만큼 두 정당 모두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내기 위해 고심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거물급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급부상했다. 김동연 대표는 대선 막판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하며 민주당과 교감을 가져가고 있다.
당초 김동연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김 대표가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지사 출마설이 더 유력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김 대표 역시 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 대표는 3월 1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치권 안팎에서 출마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며 “제가 아주대학교 총장을 했다. 경기도에서 거의 30년을 살았다. 안양 의왕 과천 성남 광주 등 여러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그런 얘기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3월 19일 새로운물결 최고위원회를 소집, 지방선거 출마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 차출설이 고개를 들었다. 유 전 의원은 3월 16일 측근들의 경기지사 출마 권유에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의원 스타일상 부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마를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동연 대표가 나설 경우 유승민 전 의원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선대본에서 활동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은 그동안 TK(대구·경북)에서 의원 생활을 했고 서울시장으로 거론돼왔다. 경기도에는 전혀 연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경기지사로 나선다고 하면 얼마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확인했지만 유 전 의원은 여전히 당원들에게 ‘배신자’ 반감이 존재한다. 경기지사로 나선다 해도 당내 경선을 승리할 것이라는 장담이 없다”고 귀띔했다.
유 전 의원과 함께 ‘잠룡’급에서 경기지사 차출설이 거론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나 나경원 전 의원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둘은 윤석열 정부 입각이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경기지사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철수 위원장은 대선 본선을 뛰었고, 후보 단일화 협상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 또한 현재는 인수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다른 후보군보다는 무게감이 높다”며 “민주진영에서 김동연 대표가 나선다면 보수진영에서 대적할 이는 안철수 대표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과거 이명박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야권의 한 전략통은 “현재 안철수 위원장이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위원장에 총리직은 줄 수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언론에서 김부겸 총리 유임설이 나온 것도 하나의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안 위원장은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본인이 행정경험을 강조한 만큼 경기지사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해도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들이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인수위를 함께 이끌고 있지만, 당은 여전히 나뉘어 있다. 합당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데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은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전까지는 합당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럼 공천의 문제가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 안 위원장의 악연은 말할 필요가 없다. 과연 쉽게 경기지사 공천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4월 1일 이전에 거취를 정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피선거권을 얻기 위해서는 60일 전 해당 관할로 주민등록 이전을 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 상계동에 거주 중인 안 위원장이 경기지사에 출마하려면 4월 1일까지 주소지를 경기도로 옮겨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재 5선의 심재철 정병국 전 의원, 4선 김영환 전 의원, 재선 함진규 전 의원·김성원 경기도당 의원장,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인 초선 김은혜 의원, 강용석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동연 대표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민주당과의 경선·공천 과제다. 김 대표는 새로운물결 소속으로 민주당에 합류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서는 당 대 당 단일화 경선, 합당 후 내부경선, 전략공천 등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김 대표의 경기지사 출마설이 제기되자 민주당 내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다른 후보들이 견제에 나섰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5선의 안민석 조정식 의원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3월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김동연 대표가) 서울이든 경기든 나서면 되는 것이고, 경기도에서 30년 살았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간 보는 것은 구태”라며 “결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다른 후보들은 전략공천이 아닌 내부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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