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15% 넘긴 윤석열 이재명만 선거비용 보전…‘사퇴’ 안철수·김동연 포함 군소 정당 후보들 해당 안돼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낙선자들은 대부분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으로 떠났고, 정동영 전 의원도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재명 고문의 경우 당내에선 ‘조기 등판’ 요구가 높다. 3월 10일 선대위 해단식 이후 두문불출하던 이 고문은 3월 16일 낙선 인사 도중 차량에 치여 숨진 민주당 시의원 출마 예정자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공개 일정을 가졌다. 3월 15~16일엔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낙선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에서 이 고문은 감사 인사를 전함과 동시에 미안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자 자연스레 정가의 관심은 이 고문 역할에 쏠린다. 구도상 불리했던 어려운 선거에서 박빙의 선거를 치른 만큼, 이 고문이 전면에서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고문 나이가 만 57세로 젊다는 점,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 최다 득표를 한 점 등이 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3월 14일 “지방선거 출마자 3158명이 이재명 비대위원장을 원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대선 낙선자들이 잠행했던 사례와 달리 이 고문이 곧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6월 지방선거 출마설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고문 측근들은 “한동안은 등판할 가능성은 낮다”며 일축했다. 이 고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고문도 쉴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아무리 표 차이가 적었다고 해도, 패배한 후보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그림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가에선 ‘문재인 모델’을 이 고문의 벤치마킹 선택지 중 하나로 꼽는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의정 활동에 전념하다가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당의 수장에 오른 뒤 2017년 대선 재수에 성공했다. 8월 전당대회 도전, 또는 2024 총선 출마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의당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맞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2.37%(80만 3358표)의 득표율을 거뒀다. 2017년 19대 대선의 6.17% 득표율에서 반 토막 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대선 후 12억 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정가에선 대선에서 이재명 고문을 선택했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심 후보를 향해 후원금을 보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심 후보는 3월 10일 “이번에 심상정을 꼭 찍고 싶었지만 박빙의 선거에 눈물 삼키면서 번호를 바꿔야 했던 수많은 시민이 계신다”며 “이분들은 이후 이어질 지방선거에서 우리 정의당의 유능한 후보들에게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지방 정부부터 다당제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20대 대선 패배 이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포스트 심상정’ 부재와 더불어 낮은 득표로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해 재정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여기에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계약직 직원 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내부 충격이 더해진 상황이다.
제20대 대선에서 국회 의석수에 따라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 보조금을 받은 정당은 거대양당을 포함 정의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이다. 이와는 별개로 대선에서 득표율 15%를 넘기면 선거 비용 전액을, 10% 이상~15% 미만이면 50%를 보전 받는다. 단 15%를 넘기더라도 상한액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다. 20대 대선의 경우 보전 상한액은 513억 원이다. 10% 미만 득표율은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한다. 후보들이 출마를 위해 내는 기탁금 3억 원 역시 같은 비율로 계산해 보전 여부를 따진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이재명 고문만 기탁금 3억 원, 선거 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전 후보를 비롯한 군소 정당 후보들은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0.02%),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0.07%), 김재연 진보당 후보(0.11%) 등이다. 0.83% 득표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 뒤를 이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선거비용 보전은커녕 치료를 명목으로 20대 여성 장애인을 폭행하고,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태다.
막판 단일화로 중도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역시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3월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직을 맡은 안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 하마평, 경기지사 출마설 등 다양한 진로가 분출하고 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경기지사 하마평에 올랐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는 뜻을 전했다. 김 후보 역시 3월 1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출마를 권유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여러 가지 방향과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 단계를 지나서 (출마를)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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