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를 겨냥한 3D TV 비교광고를 해 화제가 됐다. |
최근 LG전자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타사 제품과 비교하는 광고를 잇달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2.1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손쉽게 따내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경쟁에서 1위를 노리는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사의 LTE가 타사보다 2배 빠르다는 비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3D(입체) TV 부문에서 경쟁사인 삼성과 소니보다 월등하다는 듯한 광고를 시도했다. 비교 광고에 관대한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원색적인 문구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LG 계열사들이 비교 광고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행동이다’ ‘도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언짢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미있다’ ‘특징이 쉽게 잘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비교 마케팅·광고를 잘못 사용하면 타사와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경쟁사와 알력 다툼이나 낭비로 치우쳐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LG의 3D TV 경쟁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것처럼 보이는 예다. 삼성과 LG의 비교 마케팅은 한때 두 회사의 욕설 비방, 내용증명, 법적 대응 검토 등 위태로운 지경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먼저 자극한 쪽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3D TV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신문광고에 원숭이를 등장시키며 ‘하늘과 땅 차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LG의 심기를 건드렸다. 삼성과 LG의 3D TV 기술과 화질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얘기다. 발끈한 LG는 공격적이고 노골적으로 맞섰다.
미국 시장에서 ‘소니와 삼성은 2D TV에나 집중하라’라는 공격적인 문구를 사용한 데 이어 지난 8월 19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소니와 삼성은 무거우면서 건전지가 있고, 왼쪽과 오른쪽 신호를 맞춰야 하는 안경이 왜 필요한지 알려달라’고 비꼬았다.
LG는 이 같은 비교 광고를 통해 3D TV의 두 갈래, 즉 삼성과 소니의 셔터글라스(SG) 방식과 LG전자의 필름패턴(FPR) 방식 중 자사의 필름패턴 방식이 훨씬 편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LG전자는 또 비교 시연회도 열어 자사 3D TV의 편리함과 우수성을 알렸다.
일련의 과정 중 두 회사는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하며 부딪치기도 했다. 깊게 패인 감정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두 회사의 마케팅 열전이 서로 비방전으로 치닫는 느낌을 준다며 안타까워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광고전과 발언이 감정적인 느낌을 너무 많이 풍긴다”며 “해외에서 국내 기업끼리 치고받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교 광고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문의 선두 기업이 아닌 후발 주자들이 쓰게 마련이다. 1위로 올라서고 싶은, 혹은 1위를 따라잡고 싶은 기업들이 선두 기업 제품과 비교해 자사의 제품이 손색이 없다거나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용한다. 그렇기에 확고한 선두 기업은 비교 광고를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선두 기업이 비교 마케팅을 하는 까닭은 후발 기업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거나 후발 기업을 확실히 따돌리기 위해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그렇지만 삼성의 ‘하늘과 땅 차이’ 마케팅은 1위 기업답지 않게 심한 구석이 있었다”며 “이 마케팅이 LG를 격분시켜 오히려 지금은 해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하늘과 땅 차이’ 광고는 LG전자의 ‘보라!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지. 땅이 할 일은 2D, 하늘이 할 일은 3D’라는 반박 광고를 맞았다. 또 이를 계기로 LG전자는 TV 부문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마치 삼성만은 기필코 이기겠다는 오기가 배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 LG의 3D TV 점유율은 차차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3D TV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4%, 소니가 17.5%, LG전자 12.4%로 나타났다. 소니는 1분기보다 10%포인트(p) 줄어든 것이고 LG는 4%p 늘어난 수치다. LG전자의 비교 광고와 자사의 필름패턴방식의 장점을 적극 알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권희원 LG전자 부사장(HE사업본부장)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1’ 전시장에서 “내년에 점유율 25~30%를 차지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자신했다. 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올해 안에 중국 3차원(3D) TV 시장에서 (삼성과 소니의) 셔터글라스 방식을 퇴출시키겠다”고 장담했다.
삼성과 LG는 최근 3D TV 크기를 놓고도 으르렁거리고 있다. 각자 자사의 3D TV가 세계 최대라는 것이다.
LG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LG유플러스도 비교 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콘텐츠를 내려 받는 데 타사보다 2배 빠른 모습을 보여주며 경쟁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부문에서 SK텔레콤과 KT에 밀려 만년 3위에 그치고 있다. 두 회사에 비해 점유율이 현격하게 떨어져 경쟁체제에 편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2.1㎓ 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것을 계기로 4G에서는 1위 등극을 노릴 만큼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이동통신 부문에서 경쟁관계도 SK텔레콤과 KT로 고착됐다. 비교 마케팅에서도 SK텔레콤은 KT를 타깃으로, KT는 SK텔레콤을 타깃으로 삼았다. LG유플러스는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 LG유플러스도 스스로 SK텔레콤이나 KT를 타깃으로 하는 비교 광고를 선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이 이제는 전부 바뀐 것이다. LG유플러스 측은 “1위를 노리는 만큼 타사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우회 전략보다는 직접적인 전략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비교 광고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비교 광고는 자사 제품의 특징을 가장 빨리, 강인하게 전달하고, 고객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애용하고 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교 광고는 소비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명확히 짚어주고 자사의 차별적 가치를 속 시원하고 명쾌하게 전달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LG패션 ‘해지스’(HAZZYS)의 사례는 노골적인 비교 광고를 내보내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다. ‘굿바이 폴’이라는 문구를 쓴 LG패션 해지스의 비교 광고 두 편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대번에 남성은 ‘폴로’, 여성은 ‘빈폴’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LG패션은 자사 브랜드 해지스와 폴로, 빈폴을 비교한 것이다.
폴로 복장에다 폴로 스틱을 든 한 남성이 말을 타고 등장한다. 남성은 해지스 매장을 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매장으로 들어간 남성은 폴로 느낌을 싹 지운 채 해지스 차림으로 나온다. 만면에 흡족한 미소가 흐른다. 남성은 타고 온 말을 내버려둔 채 유유히 떠난다. 홀로 남을 말은 몹시 초라해 보인다.
빈폴을 겨냥한 해지스의 또 다른 광고도 비슷한 패턴이다. 빈폴을 상징하는 자전거를 타고 온 여성이 해지스 매장을 보고 그 앞에 멈춘다. 해지스 매장으로 들어간 여성은 깔끔한 분위기로 변신해 매장에서 나온다. 탈바꿈한 여성이 매장 앞을 떠날 때 세워둔 자전거는 힘없이 쓰러진다.
이 두 광고의 마지막 화면은 ‘굿바이 폴’이라는 문구가 채운다. 폴로와 빈폴, 두 브랜드 모두 ‘폴’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LG패션 해지스는 이 비교 광고로 매출이 20%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비교 광고가 허용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1월 1일 ‘방송위원회의 광고심의 규정’ 개정으로 TV 광고에서 비교 광고가 처음 허용됐다. 이후 2001년 9월 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비교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라 비교 광고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과장된 광고가 쏟아지자 심사지침을 개정, 2002년 7월 1일부터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거나 결과에 바탕을 둔 비교 광고만 허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와 타사의 LTE 속도를 직접 측정한 데이터로 심의에 통과해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비교 광고에 대해 해외에서는 규제가 그리 빡빡하지 않다. 해외 광고에서 경쟁사의 로고나 제품을 직접 노출해 비교하는 등 꽤 노골적인 장면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의 광고업계 관계자는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비교 광고는 매우 얌전한 수준”이라며 “경쟁사의 로고나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도 다른 형태의 광고가 될 수 있어 꺼리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도 내재돼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교 광고에 대해 몸을 사리는 경향도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비교 광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목적과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넘을 경우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적 가치를 전달하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자칫 소모적인 다툼으로 번져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명차와 번갈아 시승해 어필
국내에서 비교 광고·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가장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 등 자사의 대표 차종을 종종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동급 차량과 비교해 보여주었다. 또 벤츠, BMW 등 유럽 명차와도 비교해 세계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음을 어필했다.
특히 현대차가 자주 이용한 방법은 비교 시승회. 고객들에게 해외 명차와 자사의 차를 번갈아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성능을 직접 비교 체험하게 했다.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배경에 비교 광고·시승회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현대차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교 광고·시승회를 매출과 직접 연결하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이미지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비교 광고나 시연회 등을 할 때 꼭 전제할 것이 있다. 품질이다.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품질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비교 광고나 시연회를 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교 시승회에 찬반 의견이 엇갈린 것이 사실”이라며 “품질에 자신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비트는 솜씨도 ‘이쯤되면 예술’
▲ 펩시콜라 광고 |
글로벌 물류업체들인 DHL(디에이치엘)을 대상으로 한 페덱스의 비교 광고도 재미있다. 페덱스 박스에 DHL 소포가 담겨 있는 이 광고는 페덱스의 수송이 워낙 빨라 DHL도 페덱스를 통해 소포를 보낸다는 것을 암시한다. 페덱스 박스에 살짝 보이는 DHL 로고가 흥미롭다. 페덱스는 DHL뿐 아니라 또 다른 택배업체 ups(유피에스)도 비교 광고에 이용한다.
이 두 경우 모두 실제로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펩시와 페덱스의 비교 광고는 마케팅 기법 면에서도 꽤 유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맥도날드를 겨냥한 버거킹과 KFC의 비교 광고, BMW-벤츠-재규어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교 광고 등 기발한 해외 비교 광고가 많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