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부문 흑자전환 방산부문 기대감에도 차기 정부 수소 정책 변화 우려…현대로템 “수소 사업 순항 중”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 발표한 수소 에너지 사업(수소비전 2040)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현대로템 에코플랜트 부문은 수소 공장 설비 및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추출 및 포집 설비, 운송, 활용(수소트램)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추진한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계획대로만 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부담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일례로 현대차는 수소차 판매량이 부진하면 곧바로 전기차로 돌아설 수 있지만 현대로템은 인프라 구축이 잘 되지 않는다고 당장 사업 방향을 바꿀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2월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 사업에 4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40년까지 언제 어디서나 수소 에너지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은 인프라를 담당하면서 현대차그룹 수소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필요한데 속도 조절?
수소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첫 번째 변수는 ‘정권 교체’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제로’ 측면에서 수소 에너지를 중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수소 에너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기껏해야 “우리나라를 수소 등 3대 청정 에너지 최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정도다. 물론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을 살펴보면 울산광역시를 수소 전진도시로 만들고, 전라북도 완주군을 수소경제 인프라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간과 투자 계획, 지원 규모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수소사회 전환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발의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9월 약 2조 원 규모의 ‘그린수소 등 저탄소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개발 및 실증’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해당 예비타당성조사는 오는 6월 재추진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정부 출범 직후이므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도 이미 속도 조절에 나선 듯한 분위기다. 환경부의 올해 수소차 보급 목표는 2만 8000대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올해 1만 5000대의 수소차를 생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목표도 같은 1만 5000대였지만 실제 판매량은 8498대에 그쳤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서도 수소차 상용차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넥쏘는 지자체 별로 최대 675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그럼에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수소차 기업들이 한참 더 보릿고개를 버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위산업에 거는 기대
현대로템 입장에서 수소 에너지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수소 인프라 구축은 현대로템의 몇 안 되는 미래먹거리 사업이다. 현대로템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임에도 신용등급이 ‘BBB+’에 그치며 올해 회사채 차환 목적으로만 2100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기존 사업이 순항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신사업이 있어야 자금 조달이 용이한 것도 사실이다.
현대로템은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3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대폭 늘리고, 우선주 발행 한도와 신주인수권 발행 한도는 상단을 없애기로 했다. 현대로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3.85%로 추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로템의 기존 사업은 최근 국제정세 변화로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 현대로템 내부적으로는 방산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지난해 방산 수주는 전년 대비 27% 감소한 9870억 원에 그쳤다. 올해 예상 수주도 6440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해외 각국이 군비 증강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로템은 올해 말 2조 원 규모의 노르웨이 전차 사업 수주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철도 사업이다. 궁극적으로 철도 사업이 정상화돼야만 현대로템의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로템의 수주잔고 중 철도 잔고는 약 8000억 원으로 전체 잔고의 80%에 육박한다. 철도 사업의 규모는 크지만 문제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너무 더디다”며 “특히 철도 부문의 매출 개선이 시급하다. 매출 2조 원 체제로 올라서는 시기는 2023년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 철도 부문이 지난해 4분기 1조 3000억 원을 집중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며 “KTX-이음을 포함해 국내 중고속 열차 확대로 올해도 수주가 급증할 것이며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해외 사업을 더 많이 수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소 관련 사업은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철도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성이므로 국내에서는 물가 인상분을 보전 받으며 해외에서도 계약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물가 인상을 보전해주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