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동·전무곤 등 정책 역량에 손발 맞춰봤지만 ‘윤 라인’은 아냐…‘당선인 진짜 의중’ 첫 검찰 인사 주목
명단이 공개된 인수위원들에 직간접적으로 합류한 검찰 출신 변호사까지 고려하면 12~13명이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검찰 출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수사권 조정' 전문가 인수위로 불렀다
박기동 춘천지검 원주지청장과 전무곤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가 전문위원으로 합류하면서 모두 9명의 검찰 출신들이 인수위에 합류하게 됐다. 먼저 합류한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검사까지 모두 윤석열 당선인과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춰본 적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모두 특수 수사 경험이 없는, 기획통 검사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단연 박기동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사법연수원 30기)이다. 박 지청장은 검찰에서 ‘경찰 및 공수처와의 수사권 조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19년 인천지검 형사3부장검사 시절 대검 정책기획과에 파견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아예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으로 배치돼 검찰과 공수처 간 실무 협의를 담당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 박 지청장은 공수처법의 오류를 지적하며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한 공수처법 24조가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약이었던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공수처 간 수사권 조정을 위해 검찰 내 전문가를 인수위로 불렀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에서 △검·경·공수처 간 사건송치 기준 재정립 △검찰의 보완수사 가이드라인 허가(수사 범위 확대) 등을 제안했는데 이를 위한 적임자가 박기동 지청장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전무곤 차장검사(31기)도 2020년 9월,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배치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을 보좌했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내 인사·기획 업무를 총괄하는데 통상 검찰총장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자리 중 하나다. 앞서 2020년 2월에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으로 부임해 전국의 형사사건을 검토하고 법령 제·개정 업무 등을 맡기도 했다. 두 사람을 통해 윤 당선인의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손볼 수 있는 대통령령·훈령 등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형사사법제도를 손보려는 목적의 인수위 파견이라는 풀이다.
대검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총장이 검찰 내 행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거나 행사 등에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아 총장의 측근으로 평가되곤 한다”며 “전무곤 차장검사는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해 반영하는 ‘센스’가 좋다고 평가되곤 했는데 윤 당선인도 기획 능력을 높게 평가해 인수위로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대검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판사 사찰 의혹 등을 이유로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함께 반대 성명을 내며 비판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시 보내줬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지지도 이번 인사에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라인'으로 보기는 어려울 정도"
이보다 앞서 인수위 인사검증팀에 파견된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33기)도 앞선 두 검사들처럼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이 부장검사는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지난 2019년 6월,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준비단에도 합류한 바 있다. 이 밖에 윤 당선인의 검찰 재직 당시 인연을 맺은 수사관 5명과 실무관 1명도 인수위에 파견됐는데, 강의구 서울중앙지검 수사지원과장과 김정환 수사관은 윤 당선인이 총장 시절 비서관과 수행비서로 일했고, 최소영 실무관은 총장실 직원이었다. 손발을 맞춰본 사람만 뽑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특수통 출신의 최측근 검사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29기) 등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최측근 검사들 중에선 단 한 명도 인수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박기동·전무곤·이동균 검사 모두 윤석열 당선인이 함께 근무를 하면서 능력을 인정한 경우에는 해당하지만, 함께 특수 수사를 한 적은 없어 ‘윤석열 라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에 파견된 검사들의 경력 면면을 보면 윤석열 라인이라서 인수위를 간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개선할 지점에 맞는 역량을 갖춘 기획 라인 검사들을 불렀다고 봐야 한다. 다들 성격이 온화하고 무난한 이들”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손발을 맞춰본 적이 있는 검사들 가운데 필요한 경험, 역량을 가진 검사들만 골랐다고 보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인수위에 파견된 검사들과 비슷한 기수의 검찰 관계자도 “검찰 내에 윤석열 라인이 워낙 많지만, 이들은 윤석열 라인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울 정도”라며 “인수위 초반부터 특수통 출신 검사들은 배제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인수위에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 두세 명도 근무를 하고 있지만, 모두 윤 당선인과의 직접적인 친분보다는 각각의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인수위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외부에서는 검찰 출신들의 수를 언급하지만 정작 안에서는 윤석열 당선인과의 직접적인 친분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검찰은 인수위 파견 검사들의 명단보다는 오는 6월과 7월 중 이뤄질 검찰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을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구조로 만들겠다고 윤 당선인이 언급했던 만큼 첫 인사에서 중요한 보직을 직접 챙길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여러 보직들이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법무부 검찰국장 정도의 요직에는 윤 당선인의 의사가 반영된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지금 인수위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도 중용되겠지만 검찰은 수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윤 당선인의 진짜 의중은 정부 출범 후 첫 인사를 보면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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