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 안 좋은데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 배당성향 높여…아모레 측 “주주가치 제고 위한 결정”
아모레G는 2021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주당 450원으로 책정했다. 2020년 결산 배당금인 주당 230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아모레G의 당기순이익이 2020년 220억 원에서 2021년 2920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으므로 배당금을 늘리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배당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모레G의 2018년과 2019년 당기순이익은 각각 3763억 원, 2824억 원이었고, 당시 결산 배당금은 주당 310원, 300원이었다. 아모레G의 2020년 당기순이익이 특히 낮은 이유는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즉, 아모레G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배당금은 2018년보다 많이 지급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예상된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 내 이니스프리 정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설화수의 꾸준한 성장에도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수익성 부담은 존재한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허제나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도 “올해 2분기까지 이니스프리 효율화 작업이 지속되며 설화수를 비롯한 기타 브랜드와 해외 법인 실적 회복이 돋보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를 시사한 것도 악재로 거론된다. 과거 사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중국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경제 보복을 실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G는 2016년 매출 6조 6976억 원, 영업이익 1조 828억 원을 기록했지만 사드를 배치한 2017년에는 매출 6조 291억 원, 영업이익 7315억 원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서경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더마(기능성 화장품), 웰니스(건강식) 등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의 확장이 시도돼야 한다”며 “경쟁력을 회복하고 맞춤형 비대면 솔루션 등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서 회장의 뜻대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하다. 아모레G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별도 기준 1495억 원이다. 아모레G가 이번 배당으로 지출한 419억 원은 회사 입장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서경배 회장은 2021년 말 기준 아모레G 보통주 주식 4434만 3620주(지분율 53.78%)를 갖고 있다. 다른 대기업 총수와 비교해도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차녀 서호정 씨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치면 5108만 6666주(지분율 61.95%)로 늘어난다. 이들은 이번 아모레G 배당으로 229억 8900만 원을 받게 된다.
서경배 회장과 특수관계자는 아모레G 종류주 407만 2568주도 갖고 있다. 종류주는 의결권 행사 등 소정의 권리에 대해 특수한 내용을 부여한 주식을 뜻하며 대표적인 종류주로는 우선주가 있다. 아모레G는 종류주에 따라 주당 455~667원을 배당한다. 따라서 서 회장 측은 보통주 배당 외에 종류주 배당으로도 수십억 원을 더 받는다.
아모레G의 행보는 아모레퍼시픽과 비교된다. 아모레퍼시픽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2238억 원, 2020년 219억 원, 2021년 180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021년 결산 배당금은 주당 980원으로 2020년 결산 배당금(800원)보다는 높지만 2019년 결산 배당금(1000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9년보다 낮아 배당금도 당시보다 낮게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G가 2018년보다 낮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주식 626만 4450주(지분율 10.71%)도 갖고 있지만 아모레G에 비하면 지분율이 낮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서 회장 일가를 위해 아모레G의 배당을 높게 책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아모레퍼시픽의 기부금보다 서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더 많아 논란이 되는 등 아모레퍼시픽 고배당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며 “서 회장은 여러 계열사 이사에 취임하면서 고연봉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전했다.
실제 서경배 회장 일가는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620억 원, 2019년 489억 원, 2020년 102억 원, 2021년 82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면서 그룹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니스프리는 실적 악화가 시작된 2019년 1000억 원이 넘는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서민정 씨가 이니스프리 지분 18.18%를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뒷말이 나왔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니스프리는 2020년 이후 수십억 원 규모의 결산 배당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잉여 현금의 흐름 및 배당성향, 사업 환경 변화와 투자 계획 등 여러 경영 환경을 고려해 배당금을 결정해서 지급한다”며 “2020년 1월 배당 정책에 대한 기준(3년 이내 배당성향 30% 수준으로 확대, 연간 잉여현금흐름 40% 한도 내에 안정적인 배당 시행)을 공시한 바 있으며 이러한 배당정책을 기반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 개선의 성과를 거뒀다”며 “이러한 성과의 결과를 모든 주주들에게 배당성향 확대로 환원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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