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으로 ‘매달 공개’ 가시화…“은행 1개만 있으면 된다는 소리” 불만
3월 23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 제도’ 도입 등의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전국은행연합회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예대금리차 현황을 월별 공시하는 방안 등 세부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에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를 공약으로 제안했다. 소비자들이 가산금리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당국은 은행 사이에서 담합 요인이 없는지를 점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회에서도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관련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지난 1월 31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와 금융위원회 개선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가 금리 산정의 합리성·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신규 예금·대출 기준 예대금리차는 2.17%포인트(p)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었던 2010년 10월 2.20%p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송언석 의원은 “이자 부담으로 국민 고통은 점점 늘어나는데 은행들은 오히려 예대금리차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은행들의 금리 산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거나 불합리한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예대금리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6월 2.12%p △9월 2.14%p △12월 2.21%p로 계속 높아졌다. 올해 1월에는 2.24%p로 2년 6개월(2019년 7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1.8%p로 전월 대비 0.25%p 확대됐다.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만 여전히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늘어난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3월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국내 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19개 국내 은행(KDB산업은행 제외)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조 8000억 원(24.1%) 증가한 14조 4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46조 원으로 전년보다 4조 8000억 원(11.7%)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마진(NIM)은 1.45%로 0.03%p 상승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7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 원(-4.1%) 감소했다. 이자이익이 은행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지난 3월 12일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은행 예대마진 상승의 요인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의 상승, 가계대출 경쟁 완화 및 규제 강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매출 부진에 따른 차주들의 신용위험 증가,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확대 추진 등의 요인으로 은행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은행의 금리, 이에 따른 예대마진 등 가격 변수들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정부당국은 담합 등 은행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 예방, 점검 및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이 나오는 등 외부 여건이 좋지 않다. 3월 21일 4대 은행이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 55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9550만 원, 2020년 9800만 원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1억 1200만 원), 신한은행(1억 700만 원), 하나은행(1억 600만 원), 우리은행(9700만 원) 순으로 연봉이 높았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모두 당기순이익 2조 원을 넘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성과급이 늘면서 평균연봉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KB국민은행 2조 5908억 원, 신한은행 2조 4944억 원, 하나은행 2조 5704억 원, 우리은행 2조 3755억 원 등의 순으로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4대 은행의 순이익 비중(10조 311억 원)은 19개 국내 은행 순이익의 약 70%를 차지했다.
은행권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금도 예대금리차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을 사업보고서나 IR자료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며 “어디까지 오픈하는지가 관건이다. 분기별로 하던 걸 월별로 바꾸는 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지만, 그걸 넘어서 어떻게 예대금리차를 산정하느냐 등을 오픈하라고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운영하는 것이 은행의 경쟁력이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대한민국에 은행 1개만 있으면 된다는 소리랑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결정을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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