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세입자 계약 꺼려 전세금 돌려받기 요원…임차권등기명령이나 보증금반환소송 고려
2년 동안 전세를 살다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세입자 A 씨는 “전세 기간이 끝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새 집으로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한참 여유를 두고 집을 내놨는데 웬일인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한참 동안 신규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집을 보러 오는 세입자가 없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2년 만에 살던 집의 등기부등본을 다시 떼어 봤다. 그러자 A 씨가 이사 올 때는 없었던 근저당권 여러 개가 A 씨 밑으로 줄줄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좋지 않으니 등기부를 확인한 예비 세입자들이 전세금 보전이 어려울 것을 염려해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자영업을 하던 집주인 B 씨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사업이 어려워져 집을 담보로 빚을 많이 지게 된 상황이었다. A 씨가 전세로 들어올 때는 확정일자도 받고 전세권설정도 해둔 터라 염려 없었지만 새로 세입자가 들어온다면 전세권자의 우선순위가 다른 근저당권 밑으로 밀리는 후순위가 되므로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집주인 B 씨가 당장 빚을 갚을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 집주인 B 씨와 세입자 A 씨 모두 난처한 상황이다. A 씨는 이미 전세 만료일 즈음에 이사 갈 집을 구해 놓았지만 집주인의 빚 때문에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전세 보증금을 원하는 날짜에 돌려받기가 어렵게 됐다.
#이사부터 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채무 상태가 엉망인 집주인들은 대부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유가 없다”며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거주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이사부터 해야 할 때의 대처법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세 번째는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을 통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방법 등이다.
먼저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해당 주택에서 거주하는 방법이 있다.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세입자의 명도 의무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동시이행관계에 놓여 있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세입자가 집을 비워야 할 의무도 없게 된다.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사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부터 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거주지에 전입신고를 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상실되므로 꼭 이사 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해서 이사를 하더라도 이전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한다.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임차주택에 관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3자에게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말한다.
즉 약속한 임차기간 동안에 경매나 매매 등으로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 전까지 임차권을 주장함과 동시에 계속 집에 살 수 있는 권리다. 또 전세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집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게 되는 경우에도 집에 대한 임대차 내용을 주장할 수 있다. 대항력이 없는 상태로 부동산 경매가 진행되면 주택의 낙찰대금이 권리자의 선순위대로 배당되기 때문에 선순위자가 많으면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는데 승소하면 강제집행을 통해 부동산 경매 절차를 거쳐 낙찰대금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반환소송이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평균 소송기간은 4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가 집을 경매에 넘겨 낙찰이 되더라도 여러 채권자들이 낙찰대금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세보증금을 100%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국세 체납은 어떤 채무보다 선순위
애초 전세계약을 할 때는 선순위에 있었더라도 세입자가 살고 있는 중간에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세는 어떤 채무보다 선순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C 씨는 “등기부등본 상으로는 은행대출이나 저당권 설정이 없는 깨끗한 집에 안전하게 들어갔고 불안한 마음에 전세권설정등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세계약을 한 2년 사이 집주인이 사업에 실패해 해당 집에 수억 원의 국세가 붙었고 국세가 전세권설정보다 선순위에 놓이면서 전세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형편에 처했다”면서 “이게 대체 나라냐, 법이 무용지물이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 세금이 시간상으로는 뒤에 일어난 일인데도 소시민의 전세권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법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전세계약 할 때 집주인이 사업을 하는 사람인지, 그 사업이 혹시 망할 일은 없는지까지 따져가며 계약해야 할 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유의 사례도 있다. 만약 전세계약을 한 주택에 소유권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전체 건물에 하나의 등기부만 있는 다중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집 한 채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지만 소유자가 한 명이고, 등기부등본이 하나만 있는 주택은 한 건물이나 주택에 여러 세입자들이 있어서 나보다 앞선 세입자들의 선순위보증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후순위로 밀려 낙찰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전세계약 시 이렇게 불안전한 선순위보증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선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와 건물 가격을 비교해 봐야 한다. 은행대출이나 전세권설정등기는 등기부등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앞선 세입자들의 전월세보증금은 등기부등본으로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확인까지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임대인이나 중개업소에 꼭 확인 요청을 해야 한다. 임대인이나 중개업소는 이를 확인해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 숨기거나 거짓으로 공개할 수도 있는 만큼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직접 주민센터에서 확인해야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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